명절 전후 며느리 증후군 많다-가슴뛰고 숨막히며 두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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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 ◇… ◇… ◇… ◇… ◇… ◇… ◇… ◇… 추석 연휴동안 남편의 고향을 찾아 시댁에서 며칠을 지내다온 주부 池모씨(31)는 언제나처럼 명절을 전후해 심한 소화불량증과 두통에 시달렸다.평소 소탈한 성격에 사교성도 좋고 시어머니와 별 갈등도 없는 池씨지만 결혼후 6년간 매년 명절,시부모생신등으로귀향할 때는 늘 이런 증세를 겪고 있다.귀향일이 다가올수록 증세는 더욱 심해져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증세까지도 나타나 병원에서 심전도검사까지 받았다.물론 이 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 …◇ …◇ …◇ …◇ …◇ …◇ …◇ …◇ …◇ 池씨가겪고있는 증세는 이른바「며느리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스성질환이다.延世大의대 高京鳳교수(정신과)는 『남편을 따라 귀향해시부모를 뵙는 것 자체가 핵가족시대의 며느리들에게는 적지않은 스트레스』라고 지적하고 『池씨의 증세 는 스트레스가 신체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적으로 시부모들을 봬야할 때가 다가오면 우선 불면증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한편 심하면 신체 이상도 일어난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신체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는 것이며 두통이 생기며 소화가 안되기도 한다.속이 쓰리거나 팔다리가 저리는 증세도 나타난다.심하면 갑자기 손발이 마비되거나 온몸이 축 늘어지기도 하며 눈앞이 잠시 희미해지거나 때로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국립 서울정신병원 金喆珪원장은『심리적 갈등이 바로 어떤 증세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심리속 깊숙히 숨어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마음속에 불안이나 갈등을 갖고 조심스럽게 시부모를 대하 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나중에 잠을 자다 갑자기 숨이 막히거나 소화가 안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증세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쁜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표현방식의 개인차일 뿐이라는 설명이다.다만 나이가 어릴수록 증세가 더 심하고 직장여성보다 전업주부에서 심각한 경우가 더 많다고 밝 혔다.아울러 한때 함께 살다 자식이 분가하거나 자식따라 도시에 나왔던 부모가 고향으로 돌아가게된 경우등에서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高교수는 『최근 들어서는 姑婦간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질환이며느리는 물론 시부모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어느 쪽이든 집안에서 주도권을 쥔 측은 건강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주도권을 뺏긴 것으로 느끼는 측의 건강에 이상이 나타 난다는 것.
그는 『고부간에는 원래 스트레스가 있게 마련』이라고 전제하고『방송드라마등에서 고부간에 모녀처럼 지내는 모습들이 자주 나오고 있으나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뿐 일정한 스트레스를 모두 받고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어떻게 푸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高교수는 『현대 여성은 자기역할을 갖는 것이 최고의 스트레스해소법』이라고 지적하고『며느리증후군이 나타나는 주부들이라면 종교나 취미생활.학원수강등에 몰두,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다』고충고하고 이는 시어머니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과거에는 빨래를 방망이로 두들기고 다듬이질을 하면서 나름대로스트레스를 푸는 지혜를 발휘했으나 요즘은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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