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흔들릴까 서둘러 매듭/마무리된 행정부 재산공개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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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 결재과정서 15명안팎 구제/본인소명과 증거확보… “불복없을것”
1급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와 관련한 처리가 4일 마무리됐다. 지난달 7일 재산내용을 공개한지 한달도 안돼 이처럼 빨리 마무리한 것은 숙정과 관련된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사정당국은 재산등록을 시작한 직후부터 1급이상 공직자의 재산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여와 충분한 근거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청와대나 총리실 관계자들은 발표 몇시간전인 4일 오전까지도 사퇴대상자의 정확한 숫자조차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보안은 청와대 결재과정에서 자칫 구제될 수 있는 대상자가 미리 여론의 도마위에 오름으로써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배려라고 한다.
○대사 3∼4명 연기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마지막 재가 과정에서 사퇴 및 경고대상자 15명이 구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런 배려의 유용성을 입증했다. 숙정기준 등에 대한 형평성 시비 등을 감안해 철통보안에 나서고 있는 측면도 물론 강하다.
4일 오전까지 확인된 윤곽은 자진사퇴 대상자가 23명 안팎이고,34명선은 경고대상이다. 자진사퇴 대상자 가운데 대사 3∼4명은 주재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퇴 시기를 다음정기인사 때까지도 미룰 방침이어서 결국 수일내 부처별로 사퇴시킬 공직자는 20명이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숫자는 공개대상자의 10%선에 이를 것이라던 당초 사정당국자의 전망보다는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차관급이상 정무직 1백2명과 1급 공직자 6백7명이 조사대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70명선으로 예상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될 사퇴대상자에는 이미 사퇴한 검찰이나 경찰의 고위인사는 포함되지 않아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청와대나 외무부·검찰·경찰 등에서 사실상 재산문제로 옷을 벗은 사람이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더군다나 경고대상자도 대부분 앞으로 있을 인사에서는 재임용은 물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어서 결과적으로는 80명선에 이르는 공직자가 재산공개에 따른 엄한 처벌을 받게되는 셈이다.
조사방식은 ▲투기 ▲탈세 ▲위장전입 ▲직권이용 축재 ▲품위 손상 등을 기준으로 삼아 처벌할 기본대상자를 선별했다. 이 가운데 20∼30차례 부동산을 사고파는 등 저질의 축재자라는 혐의가 있거나,여러가지 혐의가 중복된 경우에는 중징계하는 식으로 자신사퇴와 경고 대상자를 분리했다는 것이다.
○모두 80명선 처벌
사정당국은 5공초기 공직자 숙정이 낳은 부작용을 감안해 대상자 선별에 매우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본인의 소명절차를 거치는 한편 충분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자진사퇴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소명 요구과정을 통해 사실상 통보가 끝난 상태여서 그들은 이미 사퇴를 각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그들의 불복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만약 불복한다면 인사권자의 해임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사퇴 및 경고의 대상자는 전체 숫자만 밝히고,부처별 숫자나 명단은 발표하지 않는다. 사정관계자는 『최소한의 개인적 체면을 유지시켜주려는 것』이라며 『결국 부처별로 사퇴하는 사람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퇴대상자 가운데는 『공직자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반반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순수공직자는 10명이내가 될 것이란 말이다. 또 당초 2∼3명정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차관급 인사도 사퇴에서 경고로 바뀌어 차관급이상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연말에 있을 정부 조직개편과 대규모 당정개편때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2급이하 은밀히
1급이상 공직자에 대한 처리가 끝나면 곧이어 나머지 2급이하 공직자에 대해서도 조사와 숙정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1급이상 공직자에 대한 숙정이 공개되는 바람에 공직사회 분위기를 흔들어놓은 것을 감안해 2급이하에 대해서는 은밀히 진행할 방침이다.
한 사정 관계자는 2급이하 공직자의 경우 각부처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그러나 부처간 형평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나 총리실이 총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지방공직자에 대해서도 내무부가 주관해 비슷한 처리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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