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옐친지지” 우세/드나드는 판세와 반옐친 진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역군구 사령관들도 공식 표명/중립장성들 거취가 분수령 될듯
모스크바에서의 유혈사태를 야기한 보수파 군부 출신자들은 아직 군내부의 어떠한 공식적인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으나 알렉산드르 루츠코이(46) 최고회의 지명 대통령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반옐친 무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어 무력으로 이를 강력히 응징할 태도다. 3일 벌어진 유혈사태는 군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내전으로 치달을지,옐친의 승리로 끝날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작전을 입안했던 알베르트 마카쇼프(55) 장군,의회에 의해 임명된 블라디슬라프 아찰로프(43) 국방장관,빅토르 바라니코프(52) 보안장관 등이 루츠코이와 함께 의회 경비대 등 무장병력을 지휘하고 있다.
루츠코이는 28년간 군부에 몸담아왔으며 아프간전쟁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이번 유혈사태가 있기 직전 그는 의사당앞에 나타나 반옐친 시위대에 모스크바시청사와 오스탄키노 방송국을 점령할 것을 지시했다.
마카쇼프는 의사당 경비병력을 이끌고 있으며 이날 모스크바 북부에 있는 오스탄키방송국 점령을 지휘했다.
마카쇼프는 91년 러시아 대선때 강경보수파 후보로 옐친과 맞섰으나 그다지 지지는 얻지 못했다.
아찰로프는 의회를 봉쇄하고 있는 정부군이 의사당에 접근해오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3일 모스크바 시청사와 오스탄키노 방송국을 점령한 반옐친시위대에는 구소련군출신 강경파 군인들이 합세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이들중 일부가 의사당내로 들어가 루츠코이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구 소련의 붕괴에 분노하고 있으며 연방을 탈퇴한 새로운 공화국들이 구 체제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견장교들로 이뤄진 「방패」와 「장교연합」도 반옐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 시청사 공격에 가담한 구 소련군 출신 병력들은 이들 조직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옐친은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과 빅토르 예린 내무장관을 비롯,대부분의 군부로부터 지지를 얻고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러시아지역군구 사령관들도 3일 옐친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고위 장성들은 군의 중립을 표방하면서 소요진압작전 개입을 거부하고 있어 이들의 태도가 러시아 유혈사태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한경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