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경제활성화 우선순위 논란/민주 실명제 대체입법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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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금조사 철저하게 해야”/강경론/“검은돈 산업자금화 필요”/현실론
민주당은 27일 실명제 대체입법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입법안의 기본방향에 대해 강경·온건론자들간에 열띤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출발점은 대체입법의 주안점에 관한 것으로 경제개혁이 먼저냐,아니면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냐의 큰 줄기에서부터 나누어졌다.
김병오 정책위의장,김원길·이석현의원 등 강경론자들은 개혁강화를 위해 실명화대상 확대 등 실명제의 보다 엄격한 조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사덕·유인학·이경재의원과 학계의 이필상(고대)·최운렬(서강대)교수 등 온건론자들은 경제활성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자금출처조사면제 등의 현실적인 보완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양측의 의견이 가장 팽팽하게 맞선 부분은 지하자금을 양성화할때 자금출처조사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
경제개혁 우선론자들은 우리 경제의 선결과제가 경제정의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출처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는 지금까지 민주당의 당론이기도 하다.
정책위나 개혁지향적인 인사들이 주축인 이들은 특히 그간 정부가 내놓은 실명제의 보완책은 실질적으로 실명제를 후퇴시켰다고 비판한다.
유준상 최고위원(경제개혁 대책위원장)은 이를 『늙은 어부가 큰 고기를 잡았다가 상어떼를 만나 모두 빼앗기고 앙상한 고기뼈만 매달고 기진맥진한채 돌아오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여기서 「상어떼」란 이른바 「기득권 세력」과 「큰손」 등 실명제에 대항하는 불만세력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과거사정」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출처조사는 더욱 과감히 풀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검은 돈이라도 무조건 그 흐름을 멈추게 하면 경제는 숨이 막힌다는 경제적 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게 현실론자들의 얘기다.
유인학의원은 『정부의 보완책은 물에 빠진 사람을 아직 확실하게 건져준 것이 아니다』며 『지하자금의 양성화에 크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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