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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중앙문화대상 수상자 심사경위.업적.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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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19회 中央文化大賞의 수상자가 선정됐다.中央文化大賞은 中央日報社가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나아가 현대한국인들이 새롭게 창출하는 모든 문화활동을 발굴,평가하기 위해 지난 1975년 제정했다.중앙문화대상은 해를 거듭하 면서 우리세대가 미래에 남겨줄 문화업적을 정리하는 의미있는 시상으로서 해당분야의 주목을 받으며 권위를 쌓아가고 있다.금년도 中央文化大賞 수상자가 결정되기까지 관계했던 추천위원및 심사위원의 명단과심사경위,그리고 학술.예술부문의 대상 수상자인 金璟東교수와 소설가 朴婉緖씨의 인터뷰를 함께 싣는다.
[편집자 註] ▲학술부문 李萬甲(사회학.서울대 명예교수) 李佑成(역사학.성균관대 명예교수) 金泰吉(철학.서울대 명예교수)邊衡尹(경제학.서울대 명예교수) 李在銑(국문학.서강대교수) ▲예술부문 朴容九(평론가) 車凡錫(극작가) 林英芳(평론가.국립현대미술관장) 李浩哲(소설가.예술원회원) 金洙容(영화감독.청주대교수) 洪斗承(사회학.서울대교수) 李泰鎭(역사학.서울대교수) 尹絲淳(철학.고려대교수) 李元暎(경제학.과학기술정책연구단장) 李龜烈(예술의전당 미술관장) 李康淑(한국예술종합학교장) 柳敏榮(연극평론가.단국대교수) 兪賢穆(영화감독.동국대 명예교수) 金允植(문학평론가.서울대교수) 최근 3년간 학술.예술분야의 뛰어난 업적을 심사대상으로 하는 금년도 제19회 中央文化大賞의 수상후보는 학술 6명,예술 7명등 모두 13명이 각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접수됐다.
학술분야에서는 예년과 달리 철학분야에서 2명이 추천돼 역사와국문학분야의 후보와 함께 경쟁을 벌였으며 예술분야에서는 문학부문이 연극과 영화부문에서 각각 추천된 수상후보들과 각축을 벌였다. 심사위원회는 지난10일 1차 회의에서 심사기준과 절차.방법등을 논의하는 한편 심사위원장에 李萬甲교수,심사부위원장에 소설가 李浩哲씨를 각각 전원일치로 추대했다.
심사위원들은 10일에 걸쳐 해당분야별로 수상후보들의 업적자료를 검토한뒤 지난 20일 2차 심사회의를 열어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학술부문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세심한 업적평가 토론을 거친 끝에金璟東교수(서울대)가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金교수는 특히 사회학분야에서 생산적인 연구활동과 토착적 사회학이론 개발을 모색한업적이 높이 평가됐다.
예술분야에서는 각 분야에서 현대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수상업적들이 추천돼 열띤 토론이 벌어졌으나 최근 자전적 소설을 발표해 역사속에 살아가는 한 개인의 고통을 세밀하게 통찰한 소설가 朴婉緖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中央文化大賞은 대상업적의 유효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본심에 올랐던 후보들의 명단은 별도로 밝히지 않습니다.
『큰 상을 타게 돼 기쁨보다 오히려 어깨가 무겁습니다.사회학분야 뿐 아니라 여타부문에도 뛰어난 연구업적을 쌓은 학자들이 많은데,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올해中央文化大賞 학술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金璟東교수(58)는 소식을 듣고 한바탕 큰 웃음을 지어 보였다.金교수는 국내 사회학계에서 누구보다 활동적이며 논문생산성이 높은 학자로 손꼽힌다.
올해 펴낸『한국사회변동론』은 金교수의 14번째 저서로 우리사회의 변동양상을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연구서다.
특히 서양이론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통 동양사상에 근거한 개념과 분석틀로 사회변동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70년대 중반부터 국내 사회학계가 요청해온 사회학 土着化를 한단계 진전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우리사회의 다이내믹한 변화양상을 설명하는데 서양이론만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아직 독자적인 사회학이론으로 소개하기엔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식의 방법이 있을수 있다는 걸 보여준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후학들에 의한 완성을 기대합니다.』 陰陽변증법,老子의 역설적 논리,氣철학과 같은 동양고전에서 흔히 듣던 개념들이 金교수가『한국사회변동론』에서 선보인 변동이론의 분석틀이다.
『우리사회를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흔히 쓰는 말들로 설명할수만 있다면 훨씬 친근한 이론이 될 것입니다.』金교수는 이번 책에서 동양고전에 나타난 개념들을 사회학 이론으로 원용하는 다소 생소한 모습을 선보였지만 이보다 앞서 8 0년대 중반부터 恨의 사회학이나 노사관계를 周易으로 풀이한 논문등을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해 독자이론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金교수는 생소하기까지한 이런 새 방법론을 선보이기까지먼길을 우회해 왔다.그 과정에서 해외의 사회학이론에 밝고,또 그것들을 민첩하게 국내에 소개한다 해서「학계의 안테나」라는 별칭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사회학의 목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변화과정을 겪으며 그 변화의 상호연관 속에서 다음세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것입니다.외국이론이라도 우리사회를정확하게 설명하는데 필요하다면 가져다 써야 겠지 요.물론 이제는 한계가 있다고 판정됐지만.』 金교수는『한국사회변동론』에서 시론을 펴보인 자신의 역할을 주춧돌에 비유하면서 다음세대에는 국제학계에서 설득력있는 독자사회학이론을 제시해 보일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金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양고전에서 추출한 새로운 사회학이론을 국제학회에 소개할 영문저서를 새로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尹哲圭기자〉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작품도 쓴 것이 얼마 안되고 공로쪽으로 보아도 송구스럽고요.』 보름간의 유럽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수상소식에 접한 朴婉緖씨(62)는자신에겐 너무 과분한 것 아니냐며 소감을 대신했다.
70년『여성동아』에 장편『나목』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朴씨는지금까지 10여편의 장편과 5권의 창작집을 발표하며 활발히 창작활동을 펴고있는 대표적 여류작가.
이번 수상작품인『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가출생한 1931년부터 6.25까지를 다룬 자전적 장편소설.작가자신이 성장하면서 세계에 어떻게 눈떠갔나를 보여주면서 개인적 삶과 당시의 사회를 짜넣고 있는 작품이다.일개인 의 삶과 사회를 교직시키고 있음에도 사소설로 빠지지 않고,또 사회.역사만 강조해 앙상한 뼈대의 관념소설로 흐르지도 않는 朴씨 소설의 한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철저하고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습니다.그리고 작품에서도 神과 인생론적 의미에 대해 철저히 파고들고 싶습니다.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그런사람,그런 작가가 됐을 겁니다.그러나 불우한 우 리 현대사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고,저로 하여금 작품에서나마 역사와 사회현실을 고집스럽게 껴안게 했던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현대사를 가진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작가로서 그 상황을 결코 외면할수 없으며,또 삶의 총체를 드러내는 소설에서는 더더욱 그것이 외면될 수 없다는 것이 朴씨의 소설관이다.그러한 본격문학을 지향하면서도 朴씨의 소 설들은 많은 독자를 지니고 있다.朴씨는『모르긴 해도 고정 독자가 10만명 정도는 될 것』이라며 웃었다. 『지금 장편동화를 한편 쓰고 있습니다.부분부분 써놓고손자들에게 들려주며 그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가를 살핍니다.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뭔가 교훈적인 이야기,삶의 핵심이있기는 한 것같은데 독자들이 재미있게 알아듣지 못하면 좋은 소설이라 할수 없겠지요.대중과 떨어져 제 홀로 고고하게 높은데 있는게 문학은 아닙니다.』 사회와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쫓아올 수 있도록 문체와 문장.구성에 힘써야하는,좋은 의미에서의 대중성도 작가의 의무라는게 朴씨의 말이다.그러나朴씨는 문학의 대중화란 명분아래 상업성으로 흘러 문학을 일회성소비상품화시 키는 요즘 일부 젊은 작가들에게는 경계를 나타냈다.『어디까지 달려갈지 모르는 물질만능주의에 제동을 걸고 반성을가하는 것이 문학인데 문학이 먼저 물질만능으로 달려가버리면 결국 문학 자체도 물질화되고 정신은 죽어버리고 말 것』이라는게 朴씨의 우려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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