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연극 개척 유치진 전집에 업적 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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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근대연극의 개척자였던 東朗 柳致眞(1905~1974)의 전작을 수록한 전집이 최근 전9권으로 발간됐다.
『柳致眞全集』은 그가 생전에 연극발전을 위해 세운 서울예술전문대 출판부가 지난 82년 기획을 시작해 내년 20주기를 앞두고 출판을 보게 됐다.
전집에는 東朗의 희곡작품은 물론 시나리오.연극론.자서전.서간등을 총망라해 수록했다.
1권부터 3권까지는 東朗이 근대극운동에 뛰어들면서 발표한『칼품은 月中仙』『토막』『버드나무 선 동네풍경』등 초기작품에서부터64년에 마지막으로 쓴『청개구리는 왜 날이 궂으면 우는가』까지29편이 실렸다.
제4권과 5권은 희곡 외에『별』『柳寬順』등 시나리오 14편을수록했고 연극론과 연극에 관련된 단상들로서 東朗의 연극정신과 이념을 전해주는 글들은 6,7,8권에 차례로 실었다.
마지막권에는 東朗이 생전에 구술로 남긴 자전자료를 柳敏榮교수가 정리한 자서전과 아들인 德馨씨와 그외 연극계 인사들에게 보냈던 서간문 36통을 담았다.
『柳致眞全集』발간의미는 마치 르네상스기의 다빈치처럼 근대연극에서 전방위활동을 했던 유치진의 연극생애 전체를 작품과 남긴 글로 재구성해낸데 있다.
특히 개척자적 공로에 못지않게 근래들어 일제시대 친일활동에 대한 시비가 일기도 했던만큼 그의 업적 전체를 놓고 공과를 재평가하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연극계를 위해 뜻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집에서는 그의 친일극작활동의 근거로 거론되곤 했던『대추나무』『흑룡강』『북진대』등 3편이 빠졌고『대추나무』의 개작이란 시비가 일었던 57년작『왜싸워』도 제외됐다.
이들 작품은 東朗 자신이 구술자서전을 남기면서 여러차례『日帝군국주의 정권의 강요에 못이겨 쓴 것으로 내 작품에서 뺐으면 한다』고 밝힌 점을 존중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東朗 柳致眞은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공부하다 3.1운동이후 일본에 유학,立敎대학 영문과 재학중 연극에 눈을 뜨게됐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31년 귀국한 그는 당시 지식인 문화운동의 하나였던 근대극운동에 뛰어들었고 극예술연구회를 통해 잇따라 『토막』『소』『빈민가』등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사실주의극을 소개했다.
일제말기에 들어서면서 東朗의 작품은 외압에 의해「리얼리즘에 입각한 로맨티시즘」이라는 명분으로 후퇴했는데 작품경향도 가정중심의 사랑이야기와 현실과 유리된 역사극으로 변모했다.
해방후에는 우익민족극의 리더로서 『조국』『자명고』등 민족혼을강조하는 작품과 계몽주의사극을 잇따라 썼으나 연극계의 대부격으로 활동한 공로가 더 크게 평가됐다.
실제로 東朗은 극작외에도 왕성한 활동력과 지칠줄 모르는 탐구열로 연출.극장운영.연극이론소개.민속극의 계승 등 연극계 전반에 지울수 없는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60년대 연극전용극장인 드라마센터를 건립하고 서울예전을세우는등 연극계의 하부구조를 누구보다 먼저 생각했던 뛰어난 문화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東朗이 극작가로서 불후의 대표명작을 남기지 못한 선각자적인 불우함으로도 꼽힌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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