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범위/“예상보다 크게줄듯/재산말썽 공직자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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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대폭”서 고작 10명선 거론/“어떻게 동료를…” 「칼질」 주저주저
재산 공개에 따른 문제공직자 처리가 이번주 안에 매듭지어진다.
그러나 문제공직자에 대한 처벌폭과 강도는 당초 칼을 뽑아들때보다 자꾸 줄어들고 약화되는 느낌이다. 민자당의 징계축소 조치와 일부 인사와 적극적인 소명,그리고 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에 걸려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에 그칠 가능성도 예견된다.
또 직접적 사퇴종용 대신에 산하단체방출 등 좌천인사로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 등이 더 많이 활용될 것 같다.
○구명줄잡기 총력
이번 검찰인사에서 이 방식이 적용되면 일부 인사가 사퇴했다. 따라서 재산공개에 따른 처벌 대상은 외형적으로는 더 적어보일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소명을 요구받은 공직자들은 총리실과 청와대에 줄을 대고 읍소를 통해 해명하는 등 마지막 구명줄을 잡기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가운데 청와대로부터 일찌감치 총괄책임을 떠맡은 청와대는 일찌감치 총리실로 총괄 책임을 떠넘긴데 이어 총리실은 다시 각부처 감사관실로,각 감사관실은 총리실쪽으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숙정의 원성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쏟고있다.
▷일반부처◁
외무부는 이번 재산공개에서 재산형성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는 해외공관장 3∼4명을 소환해 해임하고 10여명은 연말의 정기인사를 앞당겨 반영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민자당 등 다른 기관들은 징계범위를 축소하거나 축소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대폭 수정할 움직임. 특히 보직해임 대상자로 꼽혀온 김정훈 주 파키스탄 대사가 18일 사임함에 따라 오는 11월께 정기인사에서 6∼7명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것 같다.
한 당국자는 『해외공관장의 경우 상대국과의 외교관계도 있는만큼 현직공관장을 갑자기 소환하는 어려운 사정을 감안,문책범위를 최소화하고 정기인사에서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설명.
국방부는 최근 자체 감사관실을 통해 재산형성과정에 문제가 된 장성 3∼4명의 재산을 정밀 조사했으나 징계나 문책 등 인사조치는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산공개 결과 국방부가 다른 부처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문제 공직자들에 대한 정부의 징계 등 후속조처가 예상보다 크게 완화·축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정밀조사를 벌인 사람은 여러 부동산 등 12억4천5백여만원을 신고해 현역 장성중 최고를 기록한 이택형 합참전략 기획본부장(중장)을 비롯,서울 번화가에 3개의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 이중형 제1차관보,무연고지에 임야·전답 등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김정헌 육사교장(중장) 등 3∼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는 실사대상자중 10억원이상 재산소유자는 차성호 함경남도지사 1명뿐이고 나머지도 부동산투기나 재산은닉 등 문제되는 사람이 없어 실사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감사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실사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며 『그러나 1차 공개자료 검토결과 문제인물이 없는데다 그나마 국세청에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지 않아 구체적인 실사작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
경찰은 재산공개대상 29명중 청장·차장·경찰위원회 상임위원 3명을 제외한 26명에 대해 실사중이나 문제인사는 3∼4명선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월 신정부출범후 전 경찰관에 대한 사정활동에서 1천여명이 파면·정직되는 등 한차례 바람이 훑고 지나갔기 때문에 더 드러날 재산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기 인사때보자”
다만 위장전입으로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20억원이상 재력가중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인사 등 3∼4명이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재산공개 관련,해임권고 대상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17일 검사장급이상 인사를 통해 1차로 2∼3명에 대해 문책성 조치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재산공개때 부동산이 문제가 돼 춘천지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저놉된 신상두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 유임이 된데다 유력한 검사장 승진후보였던 신승남 서울지검 1차장검사가 승진에서 탈락한 것도 재산과다보유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시·구의회 의원들을 제외한 공개 대상자 37명가운데 10억원 이상을 등록한 K·P·L·C구청장 등 5∼6명이 1차적으로 재산형성 과정 및 자금출처에 대한 중점조사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구청장들이 평소 알려진 것보다 터무니없이 적게 재산을 등록한 의혹도 일고 있다.
그러나 실사를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원들이 관내유지와 공무원·지방의회의원들로 구성돼있어 엄정한 심사에 대한 일부 회의가 뒤따르고 있으며 징계대상자도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
▷경제부처◁
부처마다 가급적 피해를 줄이려는 인상이 역력한 가운데 서로 눈치를 살피거나 상부 지침만을 기다리며 미적거리고 있다. 특히 위에서 숙정을 직접 해주기를 바라는 듯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상공자원부 관계자들은 아예 실질적인 작업을 총리실 제4행정조정실이 주도하고 있으며 감사관실은 잔심부름만 할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나마 법원과 검찰,외무부 등이 홍역을 치르는 과정에서 재산공개 파문을 조기수습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경제부처들은 큰 소용돌이 없이 지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상공자원부도 다른 부처와의 형평을 맞추는 선에서 2명 정도 옷을 벗지 않겠느냐고 막연하게 전망하고 있다.
○엄정심사엔 의문
재무부의 경우 34명에 대한 재산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한 관계자는 『결국 동료직원을 우리 손으로 처리해야 되는데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조사를 끝낸뒤 총리실에 보고해 지침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자체조사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국세청은 재산공개대상자 10명중 10억원이상 재산가가 8명인데도 문제가 될만한 공직자는 없는 것이라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대부분 연고지이자 투기와 무관한 지역에 있고 오래전에 상속 또는 취득한 것이어서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워낙 여러곳에 땅을 가진 국세청 재산랭킹 1위의 모 지방청장과 집을 3채나 가진 일부 인사에 대해 다소 찜찜해하고 있다.
장·차관을 제외하고 모두 16명이 재산을 공개한 건설부는 18일까지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부 당사자들이 제출을 미루고 있어 감사관실에서 독촉을 하고있는 상태.
건설부는 ▲부동산은 꽤 소유하고 있으나 금융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등록한 일부 투자기관 임원 ▲골프회원권을 자녀이름으로 소유하고 있는 1급 ▲무허가건물이 들어선 나대지를 가족공동명의로 갖고 있는 투자기관장이 무사히 재산공개 사정권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과기처는 지난 1주일간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등록에 대한 처리를 두고 정치권의 분위기에 따라 일희일비. 지난 주초만 해도 언론에 문제공직자로 거론되던 5∼6명에 대한 상세한 소명자료의 제출이 요구돼 1∼2명이 용퇴(?) 명단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주말로 들어서면서 관계자들은 『무조건적인 유전유비는 안된다』며 문제공직자들의 재산형성에 대해 「개발되기 전에 매입한 땅」이나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이라는 이유를 들어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과기처는 재산등록과 관련돼 사퇴하는 공직자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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