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인증 도입 동국대, 눈길 끄는 창의성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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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동국대 공대와 정보산업대 학생들은 스파게티 국수로 다리를 만드는 대회를 학기마다 열고 있다. '창의적 공학설계'라는 전공필수 과목의 일환이다. 아이디어를 동원해 스파게티 국수로 다리를 튼튼하게 설계하고, 다리에 무게추를 매달아 제일 무거운 무게추를 견디는 다리를 만든 조가 우승하는 게임이다.

이 대학의 공대 교과과정은 2000년 인증신청을 위해 실습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대폭 바뀌었다. 정보산업대 학장인 조성구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3학점짜리 강의를 4학점으로 바꾸고 반드시 실습 1학점이 따라붙도록 손질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산업공학과 3학년 박선영(21)씨는 다른 학교 공대에 다니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공대 필수과목에 파워 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드는 법과 프리젠테이션을 효과적으로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보고서 작성 및 프리젠테이션 기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를 짜서 원하는 주제를 골라 수강생들 앞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해 얼마나 '감동적이고 조리있게' 수강생들을 설득했나를 평가해 점수를 준다.

프리젠테이션 과목 이외에 '공학법제','공학경제'등 공학과 사회 기타 부문과의 연관성을 가르치는 과목도 새로 도입됐다. 전자공학과 김삼동 교수는 "강의를 끝낼 때마다 강의를 평가하고 어떻게 개선할지를 적어내는 보고서가 의무화돼 있다"면서 "옥죄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강의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증제 도입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좋은 편. "실습과정이 많이 늘어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김화영.전자공3년.22),"이젠 쉬운 과목들만 골라 들을 수 없어 1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전공과목을 들어놔야 한다"(노인정.건축공4년.21) 등등….

조성구 학장은 "인증제 도입으로 폭주한 교수들의 행정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내년부턴 교무행정 부문에서 교수들에게 행정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목환경공학과 이지호 교수는 "몸은 힘들지만 다른 공대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다"며 "산업체도 대학이 원하는 인력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인증 평가 과정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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