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차례” 숨죽인 야권/재산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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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에 땅 있는 의원 23명중 절반차지/공직·장성출신 알부자들 추이에 촉각
재산공개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민자당과는 달리 민주·국민·무소속 의원들은 평온한 사각지대에 안주하고 있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1차공개에 비해 재산평균액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은 느긋한 표정속에 『보궐선거를 두려워 말고 문제의원을 단호히 사퇴시키라』고까지 민자측의 내홍을 부추겼다.
알부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국민·무소속의원들도 관심이 온동 민자당에 쏠려 있는 덕에 관망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민자내홍 부추겨
그러나 국민들은 16일 민자당 재산파동의 징계를 보면서 『야당은 결백한가』라고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에따라 그간 「강건너 불구경」해오듯 한 야권·무소속의 일부 의원들도 불똥을 마냥 피할수만은 없을 조짐이다.
부동산투기와 예금은닉·축소의혹은 물론 막대한 가·차명예금설,공직축재 의혹까지 민자당 문제의원들에게 적용됐던 「도덕적 하자」에서 이들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서서히 퍼져 나오고 있다.
우선 대표적 투기지역으로 거론된 제주의 부동산을 소유한 23명 의원중 민주(8명) 국민(3명) 무소속(1명)의원이 12명으로 절반을 넘고 있다.
제주에 연고가 없는 국종남의원(민주)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모두 20여만 평방m의 임야를 소유해 전체공직자중 제주에 가장 넓은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진욱(민주)·강부자(국민)·정주일(무소속)의원 등도 거의 제주와 특별한 연고가 없어 부동산투기라는 의혹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황금알을 낳는 땅으로 드러난 용인에도 신진욱·박태영·김원웅의원(민주)과 김복동(국민)·정장현(무소속)의원 등이 땅을 갖고 있으면 신진욱의원은 제주·용인 등 전국 각지에 50여만평의 땅을 소유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땅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새한국당(22억원)·국민당(20억4천만원)·무소속(19억7천만원)의원들의 보유부동산 평균액이 민자당의 민주계(16억9천만원)·공화계(11억2천만원)을 웃돌아 부동산 투기의혹에 있어서는 결코 초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실명전환에 고민
재산이 10억원 이상인 김옥천·강희찬·강수임(민주),정주일·정태영(무소속)의원 등 상당수가 현금 및 예금을 한푼도 신고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으며 최근 한차례 행사에 7천여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진 모야당 중진의원도 예금신고액은 절반에 못미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사업장을 갖고있는 무소속의 한 의원이 거액의 가·차명예금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곧 민자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상황.
중장이상의 군장성 평균재산이 4억6천여만원인데 반해 역시 장성출신인 김복동·박구일(국민)의원의 재산이 각각 44억,21억원에 이른 사실도 한번쯤 검증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무부장관 경력의 김용환의원(국민)도 68억원이라는 궁금한(?) 재산을 드러낸데다 1차공개직전에 여의도땅 4백50평을 매각한 후 이번에 그 대금을 슬그머니 예금으로 추가신고해 도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재산의 대부분을 비영리 법인이름으로 돌려 화살을 비켜 간 김인곤·신진욱의원(민주)이나 임춘원의원(무소속) 등도 지나치게(?) 적은 「본인재산」에 계속 문제가 제기되자 곤혹스런 모습.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최근까지 『법에 의한 공개인만큼 국회윤리위의 실사결과를 지켜 보겠다. 실사후 문제의원이 나타난다면 법규보다 더 단호히 처리하겠다』며 법처리에 앞서 여론을 의식한 당내징계 등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사후에나 처리”
박지원대변인은 17일에도 『민자당의 징계는 또한번의 초법적 표적징계』라며 자신있게 민자측을 성토했으나 야권내부를 찬찬히 되돌아보는 신중함이 결여됐다는 인상를 지울수가 없다.
지난 1차공개때 재산공개 대책을 주도했다 혼쭐이 난 개혁세력도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법원장·검찰총장의 사퇴와 다가올 공직자징계 등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속에 야권·무소속도 결국은 실사결과에 관계없이 또 한차례의 도덕적 검증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한 민주당중진은 『여권과의 형평을 맞추려 한다면 결국 문제의원들에 대한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달 12일 가·차명 실명전환 마감이후 은닉재산이 노출되고 진행중인 부동산 실사결과가 흘러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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