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성공의길>6.투명사회 적응력 키울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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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한달이 지나면서 우리사회 여러곳에서「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예고된 개혁이었지만,막상 그것도 전격적으로 시행에 옮겨지니 적응력 부족현상이 사회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태가 돌아가는데는 실명제에 대해 우려와 불안을 표시하는 쪽도 상당부분 자기 利害를 섞어 후유증을 과장하는 측면이없지않다.정부도「경제혁명적」인 개혁작업을 준비해오면서 그것이 현실에 미칠 영향을 소홀히 한 준비미비를 탓하지 않을 수없다.
그결과 실명제는 정부와 경제계의「힘겨루기」처럼 비쳐지고 국민들도 표면적인 지지속에 내면으로는 찬反이 양극화되는 갈등현상을빚어내고 있다.
실명제의 安着과 이를통한 경제의 도약이라는 목표에는 대부분 異議가 없다.그렇다면 이처럼 정부나 경제계.국민들이 조화를 찾지못하는데는 우리가 의식과 행동 모두 과거의 舊態에서 벗어나지못하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
나자신부터,그리고 모두가 바뀌어야하는데 변하지 않으니 서로의인식과 주장이 충돌하고 일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있는 것이다.
당장의 실명제 정책은 물론 경제재건을 위해서도 우리주변을 돌아보면 털어내고 닦아야할 구석은 한둘이 아니다.
정부의 경우 무엇보다 덕지덕지 쌓아온 행정규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수차례 규제완화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행정에 부닥쳐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평화플래스틱 李鍾鎬사장은『업무상공무원을 접해보면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정부당국자는 거창한 정책을 내놓고 당장 무엇이 이뤄질 것처럼 장담 하지만 막상 부닥쳐보면 변한 것은 없어 어리둥절하기 일쑤』라고 말한다. 실명제 실시가 우리 사회의 고질인 부정부패 척결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상 이를 정착.시행화하는 방법에는 심사숙고의 자세를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정부와 민간업계 모두 국가경쟁력의 걸림돌로 사회간접투자미비를 지적하고 내년예산에는 이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도로.항만등 투자도 그것이 온전히 되려면 건설공사를 둘러싼 뇌물수수등 비리가 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K건설의 한 임원은『새정부들어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건설공사의 경우 입찰에서 시공.完工까지 부조리는 상당부분 잔존해 있는게 사실』이라며『건설업체도 기업인만큼 자기가 챙길 이익에서 이같은 비용을 지출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공사비에서「검은 돈」을 빼낼 수밖에 없고 이것이 부실공사로 이어져 나간다는 뜻이다.기껏 항만이나 도로를 만들어봤자 오래못가는 것은 물론 수시로 뜯어고쳐야 하니 효율은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도 문제가 있기는 여전하다.실명제도마찬가지지만 개혁은 그 개혁의 성격과 파장을 잘알고 그것이 성공하도록 각자가 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만 성공할 수있다.그러나 실명제의 경우 총론으론 찬성하다가 그 여파가 각자에게 「불편」과 일부에는「불이익」을 가져올 듯이 보이자「소리」를 돋우고 있는 것이다.경제정책의 모든 것이 得이 있으면 失이있듯이 밝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데 비용지출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특히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정부와 국민들의 對기업觀도 문제여서 새정부 들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행정규제를 완화한다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대기업의 업종전문화.그룹기업간 출자한도축소등 기업규제시책을 강화시켜오고 있다.물론 여기에는 그동 안의 기업행태가 건전치 못해온 측면이 적지않고 이것이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켜온 점이 사실이다.
코오롱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諸煥晳이사는 이에 대해『특히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식이 높은 우리사회에서 기업이 이에 부응못해온 점이 사실』이라며『그러나 이제 기업들도 서서히 행태를 바꾸고 있는만큼 정부나 국민들도 같은 배를 탔다는 생각에서 경제선진화를 위해 파트너인식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요즈음같이 국제사회가 치열한 경제전쟁에 돌입한 시대에 잘못을,그것도 과거의 것을 책하며 세월을 허송하다보면 전체가 가라앉게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우리사회는 지난 5~6년간 불균형.형평의 문제가 심각히제기되면서 이해계층의 대립.갈등의 몸살을 겪어왔다.그결과 불균형이 일부 시정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경제는 경제대로 위축되면서 대립과 갈등은 줄어들지 않는 양상을 보 이고 있다.
이에대한 해결책은 이해집단간 목표는 잃지않더라도 서로의 조화와 양보로 점진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길뿐이다.
이제부터 정부.기업.국민등 경제주체 모두가 바뀌어져야 한다.
〈張星孝.都成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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