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만델바움,마이클 美 존스홉킨스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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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지난달 처음으로 폴란드를 방문했을때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사건」이 하나 일어났다.폴란드 정부가 미래,특히 美國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조치를 발표하는데 옐친의 방문을 이용했던 것이 다.
레흐 바웬사 폴란드대통령은 옐친대통령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을 희망하며 러시아도이에 양해했다고 강조했다.바웬사의 아이디어는 아주 훌륭하다.폴란드는 물론이고 舊東歐圈중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헝가리와 체코를 나토에 가입시키면 이들 국가뿐 아니라 西歐와 러시아에도 유익할 것이다.
폴란드.헝가리.체코는 현재 西유럽 편입을 위해 유럽공동체(EC)와 나토가입을 원하고 있다.이들 親서구적인 국가는 서유럽과의 강화를 통해 자국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확립을 노리는 것이다. 3國중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폴란드의 경우 당장 어떤위협에 처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적대적이었던 獨逸과도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발틱海 쪽의 국경선 일부를 빼고는 더이상 러시아와 국경을접하지 않고 있다.
폴란드의 입장에서 보면 나토 가입이야말로 러시아에서 옐친의 민주화노력에 반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해도 안보를 보장받을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
폴란드와 헝가리.체코등이 당장 위협에 직면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서구가 이 3국을 나토에 가입시킨다해도 당장 전쟁위험을떠안는 것은 아니다.또 3국의 나토가입이 동맹국간 영토분쟁이나정치적 분쟁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없다.
오히려 3국의 나토가입은 3국에뿐 아니라 서유럽에도 유익하게작용하고 무엇보다도 독일 동부국경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유럽에서 민주주의와 안정지역을 동쪽으로 확대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3국의 나토가입이 현재 방위동맹인 나토를 보다 광범위한 「안보공동체」(Security Community)로 확대시키는 작업의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그렇게 함으로써 나아가 英國에서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보장받게 된다.
나토는 역할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內戰에서도 평화협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폴란드야말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국제적 책임을 강하게 느껴온 폴란드는 보스니아 내전 해결을 위해 국외派兵등에서 그 어느 유럽국가보다도 적극적일것이다. 나토 회원국중 상당수가 국방정책의「再국가주의화(Renationalization)」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로,그리고동쪽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보험증서」로 나토를 현재대로 지켜나가기를 원한다.국방정책의「재국가주의화」는 곧 독일의 위 협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토를 존속시키는 길은 그것을 변화시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만일 나토 회원국들이 냉전후의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토에 대한 지지,특히 北美에서의 지지가 시들게 될 것이다.리처드 루가美상원의원은 이같은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나토의 선택은 지금 이대로 가느냐,아니면 변신을 하느냐가 아니다.나토는변신이냐,붕괴냐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舊蘇聯지역으로까지 나토를 확대하면 불가피하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떤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현재 지구상에서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 지역으로 통한다.
확대후의 나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평화관계 증진을 위해서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그러면서도 나토가 反러시아 연합을 구성한다거나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미국과 유럽동맹국으로서는 현재 나토확대가 가장 시급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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