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사법부>下.뼈아픈 자성 통해 권위 되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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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金德柱 前대법원장의 퇴진으로 기폭된 사법부 개혁에 쏟아지고 있는 기대와 주문은 날로 수위가 높아가고 있으나 개혁의 각론에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는 사법부가 첨예한 갈등을 다루는 전문인 집단인 탓에 특유의 안정성과 보수성이 강조돼 왔고 사법부에 재판관련 법률안 제출권마저 주어지지 않은 한계탓에 스스로의 개혁조차 행정.입법부와 재야법조계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국민들은 무엇보다도『창출되지 않은 강제된 권위』에 젖어있는 사법부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한▲인적 개혁▲제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在曹는 아직도 법률에 보장된 법관의 신분과 임기 등을 거론하며 인적개혁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은것도 사실이나『지난 시절,판결이란 방패뒤에 숨어 진실을 외면해온 사법부가 또 다시 법률의 뒷전에 숨어든다』는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 아 들일 필요가 있다.
인적개혁은 재산공개 내용중 축재과정이 불투명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일삼아온 인물이 우선 대상이 돼야하며 지난시절 법률과 양심을 저버린 판결을 내렸던 법관들도 스스로 진퇴를 분명히해야 한다는 점에 모아진다.특히 오늘날 사법부의 위기는 제도의 모순과 맹점보다 제도를 악용해온 개인의 부도덕에 있는 만큼 제도적개혁에 앞선 인적 청산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재야 법조계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또 제도개혁 문제에 있어서는▲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및능률이 보장되고▲각급 법원의 위상과 기능이 사법정의 구현을 위한 방향으로 정립하기 위해 다음의 과제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사법부 독립=사법부의 수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의무와 권한은 외풍으로 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지명하고 형식적인 국회동의를 거치는 임명절차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즉 대개의 경우 여당이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정권의 필요에 따른 대법원장 임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법관등에 의한 대법원장임명동의제나 국회 청문회 절차등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실제로 2공화국 당시 대턺 령의 실질적인 사법부 인사전권을 견제하기 위해 대법원장및 대법관 선거법을 제정,공포하고 현직 법관으로 선거인단까지 구성하고도 5.16으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은 신중히 검토될 수 있다.
◇사법일원화=우리나라 사법부는 6공 출범당시 위헌심사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위해 대법원 스스로가 심사권을 포기,헌법재판소가 별도 기구로 출범한바있다.이에따라 대법원은 사실심리기능이 기형적으로 강화돼 현재 대법관 1인이 하루평균 3건가량의 재판업무를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구체적 정의에 매달려보다 큰 정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내부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또한 헌재와 대법원의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일소하고,대륙법계 헌재구조와 영미법계 법원구조간 의 상호 모순점을 해소하기 위해▲판례 변경및 정립을 위한 전원 합의체 판결과 위헌 심사권을 맡는 최고법원▲기존의 3심 역할을 맡는 상고법원으로 구성된2원적 대법원제를 통해 사법일원화와 제한적 상고허가제 부활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법관인사=사시합격후 최소 5년경력 이상의 법조인을 공정한 인사기구를 통해 법관으로 선발한뒤 다단계 직급구조를 순환보직인사로 대폭 완화시켜 법관의 인사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의견이개진되고 있다.대법원장에 집중된 인사권도 일부를 고법원장에게 이양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돼온 법관 인사심의위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법관의 인사를 매개로한 부당한 압력에 저항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관 사이에 갈등요소가 되고 있는 경향교류인사도 지역법관개념을 도입,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정재판=소송당사자의 판결승복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장애로는전관예우와 유착 의혹을 들수있다.따라서 비교적 쟁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형사사건부터 정기적인 양형세미나를 통해 양형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독단적인 판결을 견제해야 한다.
〈權 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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