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재산공개 뒤처리 “찬바람”/출당·경고등 강경조치 당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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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속결” 대통령뜻 읽고 머뭇대다 칼 뽑아/청와대,언급피하며 사법조치도 시사
재산공개 후속조치를 놓고 강·온 양갈래 길에서 머뭇거리던 민자당이 14일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황명수총장은 이날 오전 9시 당직자간담회를 가진뒤 곧바로 김종호 정책위의장·김영구총무·김덕용 정무 제1장관 등 주요당직자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모아 징계방향의 대강을 결정했는데 이때부터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황 총장은 회의후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당에서 아무 조치도 안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여론의 질타가 많았음을 토로한뒤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너무 오래 끌면 국민들의 오해가 증폭된다』며 여론의 압력에 서두르지 않을수 없었음을 시사했다.
○…박규식(경기 부천남)·이학원(경북 울진)의원 등 두명이 1차 제재대상자로 확정됐으며 이들을 포함해 출당 또는 경고 및 당직사퇴 등 모두 10여명을 조치키로 최종 확정했다. 민자당의 행보가 갑자기 빨라진데는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전격사퇴가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고위공직자의 조기퇴진을 통해 가급적 빨리 재산공개 파문을 수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음을 눈치채고 처리방향 지침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3월 공개때 부천시소재 22억원짜리 건물 등 54건 80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누락시킨게 문제가 됐다.
박 의원의 경우 재산규모 1백억원대의 개인회사를 누락시킨 김동권의원보다 누락금액면에서는 적지만 건수가 훨씬 많아 「계획적」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의원은 지난번 재산공개때도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번에 다시 광명시 소하동 임야 3만여평중 6천여평을 누락시켰다. 그는 『착오로 잘못 기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한데다 경찰서장 출신으로는 지나치게 재산규모가 크다는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당내에서는 박·이 의원이 각각 지난해 대통령선거전과 지난 6월 무소속으로 영입됐음을 들어 지도부의 무원칙한 영입작업을 성토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울진 지구당위원장이었던 김중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원하는 당내 민정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계 실세의 지원으로 입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입당파의원 제재조치를 둘러싸고 자칫 계파간 알력이 더욱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의 경우 87년 대선때 당시 노태우후보에게 상당한 재정지원을 했으며 그 공로로 공천을 받았다는 소문과 함께 민주계쪽으로부터 14대 대선때는 지원이 없었다는 눈총을 받고있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는 민자당 문제는 당이 알아서 처리할 부분이라며 겉으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궂은 일에 공개적으로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인듯 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제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이학원의원처럼 재산을 등록에서 아예 누락한 경우는 결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실정법위반 여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할것이라며 이번 조치에는 출당 그 이상의 조치도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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