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계속남긴 카지노 배후/「소문난잔치」로 끝난 검찰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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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관련자3명 구속… 국세청 고발내용만 확인/업계대부 전낙원씨등 3명 기소중지 처리
연간매출 1천억원대에 달하는 현금 동원능력으로 정·관계인사들과 유착해오면서 사정의 마지막 「성역」으로 군림한다는 의혹까지 불러 일으켜온 카지노업계 비리 검찰수사가 국세청 고발자 7명중 3명을 구속하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지난달 27일 국세청의 고발직후 대검으로부터 워커힐카지노 등 국내 3대 카지노의 탈세혐의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부산·인천지검은 8일과 9일 국내최대 워커힐카지노를 운영해온 파라다이스 투자개발 대표 김성진부회장(63)과 오림포스 관광산업 유화열회장(65) 등 3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탈세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검찰은 또 현재 해외에 체류,귀국할 가능성이 희박한 「카지노업계의 대부」 전낙원 파라다이스 투자개발 회장(66) 등 국세청이 함께 고발한 나머지 4명에 대해 탈세혐의만을 적용,기소중지 처리할 방침이어서 수사초기부터 우려했던 「소문난 잔치」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는 ▲로비·비호대가 유력인사 지분보유 ▲인·허가 로비의혹 ▲세무당국 및 수사기관 수사기피의혹 ▲폭력조직의 연계여부 등 숱한 의혹을 풀지 못한채 결국 국세청의 고발내용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검찰은 슬롯머신업계에 대한 일제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카지노업계의 탈세혐의 등 비리에 대해 당초부터 『국세청의 고발이 있을때 수사에 착수한다』는 기본 방침을 밝힌바 있는데다 국세청 고발이후 카지노 업소별로 전담검사 한명씩만을 배치,막대한 자금의 추적이 불가피한 외화도피 및 유착인사 비리에 대한 수사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검찰은 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회사의 증자 등 비용에 사용하기로 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혀 전씨 등의 귀국후 비자금의 뇌물수수의혹 등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추가수사 기대에도 분명한 한계를 그어 결과적으로 『카지노 업계에 탈세이외의 비리는 없었다』는 면죄부를 제공한셈이 됐다.
다만 세무당국과 검찰의 세무조사와 수사는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67년 국내 첫 카지노업소 상륙후 지금까지 단한차례의 세무조사없이 치외법권 대상처럼 인식돼온 카지노업계에 첫 사정의 칼날이 가해졌다는 상징적 의미밖에는 남기지 못했다.
또한 검찰수사로 85억∼16억원의 탈세를 한 혐으로 구속기소될 피고인들의 부정한 탈세가 입증되면 관련자들은 5년이상의 징역,또는 무기징역까지의 중형을 면키 어려우며 카지노업소도 탈세액의 최소 두배에서 다섯배까지의 벌금을 물게돼 카지노업계의 최소한의 징벌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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