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예술품 도둑들 활개-매년 박물관 1개분량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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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탈리아정부가 빈발하는 예술품 도난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박물관 1개씩이 이탈리아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될정도로 박물관.미술관.화랑.개인소장품등을 노린 전문절도범들의 범행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한번 도난당하면 영영 못찾는 경우가대부분으로 이탈리아 경찰당국은 예술품 도난방지와 회수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도난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년동안 이탈리아에서 도난당한 문화.예술품은 모두 30만점. 특히 지난 85년이후 도난건수는 그전에 비해 배이상 늘었지만 회수율은 37%에서 10%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이탈리아내 국립미술관에서 도난당한 미술품만 모두 3천1백23점으로 그중 되찾은 것은 79점에 불과했다.미술관이나 박물관과 함께 절도범들의 주공략대상 가운데 하나인 교회의 경우에도 3천3백45점을 도둑맞고,2백56점을 되찾았을 뿐이다. 도난사고가 늘면서 각종 첨단 방지장치가 동원되고 있지만범행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적이고 대담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0년 2월에 발생한 폼페이 유물센터 도난사고의 경우 방탄장치가 된 철제문은 그대로 둔채 측면벽을 헐고 들어가는 수법이 사용됐는가 하면 얼마전 로마현대미술관에서는 경보장치와 연결된 레이저광선 보호막을 피해 내용물만 감쪽같이 훔쳐가는 정교한 수법이 등장하기도 했다.그런가 하면 지난1월 이탈리아 북부모데나에 있는 한 대형화랑에서는 대낮에 무장괴한이 침입,경비원등 직원 6명을 묶어놓고 벨라스케스.엘 그레코등의 유화 5점을유유히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절도범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것은 고미술품.
아직도 완전히 발굴이 끝나지 않은 폼페이 유적지는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품 절도범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이를 의식한 이탈리아당국은 폼페이 유물 가운데 현장보호가 어려운 조각품들은 모두 나폴리 고대미술관으로 옮겨 보호하고 있지만 1백50명의 경비인원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도난사고가 발생,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에트루리아 유적지 부근에서 체포된 한 도굴범의 집에서는에트루리아시대 물병과 조각품등 3천여점의 진기한 유물이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이탈리아에 성행하고 있는 예술품 절도는 마피아등 범죄조직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 고 있다.마피아는 마약거래등에따라 오가는 검은 돈을 세탁하는 용도로 고가 예술품을 활용하고있다.한번 훔친 물건은 여러단계의 재판매 과정을 거쳐 대부분 외국의 개인수집가나 심지어 공공미술관에까지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번 없어지면 다시 찾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국제적인 밀매조직 때문이라는 것이 이탈리아 경찰의 설명이다. [파리=裵明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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