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선진국진입 시금석”/「일경 비스니스」최근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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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메모리분야 “일 아성 무너졌다” 경계론/기술도입료등 부담으로 낙관만은 못해
『전자부문에서 일본과 유일하게 경쟁할수 있는 한국반도체 산업은 한국이 첨단국가로 들어가는데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쾌속성장에 대해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일본측의 이중적인 생각이다.
일본의 경제전문잡지인 일경 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성장배경·전망·문제점 등을 철저히 해부,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업계는 자신들보다 10여년이나 늦게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지난 6월 경기도 기흥공장에 세계 최대의 16메가 D램 생산시설을 준공하자 『메모리용 반도체시장에서 일본의 아성이 무너졌다』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16메가 D램 생산능력은 일본 히타치·후지쓰가 월 수십만개고 일본전기(NEC)의 미국 로즈빌공장이 올 연말에야 1백만개로 확대생산할 계획이나 기흥공장은 월 3백만개로 일본기업들을 훨씬 뛰어 넘는다.
고성능컴퓨터·워크스테이션에 쓰이는 16메가 D램은 메모리용 반도체. 삼성전자는 오는 97년 8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인 16메가 D램시장의 30%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경은 삼성의 성공요인을 ▲한국정부의 막대한 지원 ▲삼성이 후발기업으로서 제조장치의 75%를 일본 기계로 쓸수 있었던 점 ▲해외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23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점 ▲우수한 인재 ▲미일 반도체업계의 싸움사이에서 얻은 어부지리 등 5가지로 들고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일본기업들과는 달리 그동안 메모리분야에 집중투자,승부를 걸어 작년말 현재 반도체 매출은 세계에서 11위지만 D램 부문만은 일본 도시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에 비해 메모리시장이 부침이 심한것을 우려,특정용도용 집적회로나 마이크로 프로세스 등 비메모리분야도 키워오는 등 투자를 양분해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용 반도체의 성공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토대로 반도체의 다른 부문인 액정화면(LCD)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지난 3월에는 9.4인치 휴대용 트랜지스터(TFT) 액정화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업계는 삼성전자의 앞날을 장밋빛으로 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주요 반도체수출선언 미국시장이 불확실하고 ▲29억달러의 부채가 부담될 것이며 ▲반도체 생산금액의 10%를 외국에 기술도입료로 주고있고 ▲메모리와 액정화면의 두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메모리 분야에 치중했던 외국업체들은 모두 실패한 반면 우리는 메모리 분야에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고화질 TV의 일반화 등으로 수요가 많다』며 『우리는 전략적으로 성공했고 오는 94년까지 제조장치의 국산화율을 25%에서 50%로,재료의 40%를 80%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액정화면 분야 투자는 성공적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올부터는 투자규모를 메모리분야와 비슷하게 하고있다』고 덧붙였다.<오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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