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코믹드라마 득세 중견 탤런트 입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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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악역배우로 한때 주연급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던 이일웅씨는 올해 KBS-2TV드라마『희망』에 출연했을뿐 최근들어 이렇다할배역을 맡지 못하고 있다.또 80년대 중반 KBS-1TV『개국』에서 정도전역을 맡아 연기력을 과시했던 김흥기 씨도 몇년새 MBC-TV『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한 것이 고작이다.또 KBS-1TV『지금 평양에선』에서 김정일 역으로 이미지가 부각됐던 김병기씨도 배역을 맡지 못하다가 이번에 KBS-1TV『들국화』후속으로 방송되는『당신이 그리워질때』 에 캐스팅됐다.또 김진해.송재호.백윤식.안대용.민욱씨는 아예 브라운관에 모습을 보이지않고 있다.오히려 40,50대 연기자들중 지금 TV에 얼굴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손으로 꼽힐 정도다.
이처럼 40,50대 연기자들이 배역을 맡지 못하고 있는 것은드라마의 전반적인 경향이 젊은층 중심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다 방송국들간의 시청률경쟁이 격화되면서 연기력이나 개성보다 인기인 중심의 캐스팅이 심해졌기 때문.
현재 TV드라마의 판도는 MBC-TV『질투』,KBS-2TV『연인』과 같이 신세대를 겨냥한 드라마와 SBS-TV『한강뻐꾸기』류의 코믹드라마,SBS-TV 아침드라마『사랑의 조건』과 같은여성드라마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정통 문예드라 마나 사극은 멸종상태에 있다.
정통사극은 아니지만 구한말과 일제를 배경으로 한 KBS-1TV『먼동』이 그나마 사극의 명맥을 잇고 있고『TV문학관』과 같은 문예드라마는 MBC-TV『베스트극장』이 남아 있으나 초기에비해 소재가 눈에 띄게 가벼워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가벼운 터치의 드라마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드라마 시청행태도 극의 내용보다 사람구경하는 재미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예컨대『아들과 딸』의 백일섭,『한강뻐꾸기』의 주현.박인환의 특유한 코믹연기와 같이 극외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드라마가 성공하고 그런 상업성있는 연기를 할줄모르면 연기자도 캐스팅되기가 그만큼 어려운게 현실이다.추세가 이렇게 되다보니 상업성있는 연기를 안하거나 못하는 중견 조연급연기자들은 몇 안되■ 배역을 얻어내 기가 쉽지 않다.
KBS-1TV『먼동』의 책임 프러듀서인 장기오주간은『지금의 드라마 유형으로는 40,50대 연기자들을 캐스팅하려고 해도 배역이 없다』면서『방송사 차원에서 이들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문예드라마를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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