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는세원 부담을 고르게(실명제시대의 세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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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영업·근로자들 불만해소 겨냥/양도세등 증세… 1조원 더 걷힐듯
이번에 마련한 새제개편안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겨냥하면서도 금융실명제로 과표가 노출되는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등 실명제를 세제측면에서 보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큰폭으로 인하조정했던 소득세·상속세 등은 건드리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실명제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여망에 따라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을 올렸고 영세업자들의 세원이 노출되는 것을 감안,법인세율을 인하조정했다.
중소기업의 접대비 손비 인정한도를 1천2백만원에서 1천8백만원으로 올려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76년후 가장 큰폭
이에따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12개 세법을 개정하고 1개 세법(교통세법)을 새로 만드는 대폭적인 것이 됐다. 부가가치세제는 76년 제정된 이후 가장 큰폭의 손질이 가해졌다.
특히 이번에 새로 도입된 한계세액 공제제도의 경우 부가가치세 경감 대상을 연간 매출액 7천2백만원 정도로 생각했으나 영세업자의 과표현실화를 고려해 1억2천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결국 근로자·영세사업자·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목적세로 전환되는 휘발유 세율을 대폭 올리고 양도소득세 등 조세 감면폭을 줄여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내년에 1천1백억원,근로소득세는 4천억원이 덜 걷히는 반면 석유류관련 세율 인상으로 1조2천억원,양도소득세 감면대상 축소로 1천2백억원 등이 늘어나 자연 증가분을 빼고 이번 조정만으로 1조여원이 추가 징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제당국은 상속·증여·법인세의 경우 세율조정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감면되는만큼 과세자료가 노출되기 때문에 세수면에선 균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세제당국은 또 실명제가 정착돼가는 과정에서 세원이 더 노출되면 불필요한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내년이라도 세율을 추가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과거에는 몇년마다 한번씩 큰폭으로 세율을 조정했지만 실명제가 세수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상황을 봐가며 세율을 그때그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실명제를 보완하면서 세수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지난 5월 신경제 5개년계획 세제부문 개혁안에서 제시한바 있는 조세의 형평성이나 효율성제고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우선 근로소득자 소득세를 경감했다고 하나 석유류값 인상으로 실질적인 부담은 늘어난 셈이다. 이럴 바에는 당초 계획대로 소득세를 깎아 주지 말고 석유류 세율인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게 명분이 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소득세 경감조치는 「실명제 실시로 그동안 탈세해온 계층이 셰금을 더 낼것이고 성실 납세자는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낼수 있다」는 실명제의 과실을 서둘러 쥐어주기 위한 「정치적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그렇다.
○형성평 기대 미흡
우리나라의 과세자 비율은 올해 46%에서 내년에 47.5%로 높아질 전망이지만 선진국수준(80%)엔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개세원칙에 충실해지려면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조금이라도 내도록 세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1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민자당은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 인하폭 국민의 세부담 증가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며 인하폭의 확대를 주장하고 오는 6일 당정협의를 또 한차례 갖기로 했다.
이에따라 세율의 추가조정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이 경우 내년도 세수 여건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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