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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돈 안기부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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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김영삼 전 대통령(中)이 13일 오후 짙은 선탠을 한 승용차를 타고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오고 있다.[오종택 기자]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13일 "안기부 예산의 구조와 회계체계로 볼 때 김영삼(YS)전 대통령이 1995~96년 강삼재 신한국당 총장에게 준 돈(9백40억원)은 안기부 돈이 아니며 외부 자금"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그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김영삼 정권 때 안기부 1년 예산이 5천여억원인데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천2백억원이 빠졌다면 안기부가 운영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98년 3월~99년 5월)이었다.

李전원장은 불용액(不用額)과 예산 이자 등을 모은 것이라는 김기섭 (구속)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불용액은 국고에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며 설사 반납하지 않았다 해도 소액이며 이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김기섭씨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강삼재 의원 변호인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강삼재 의원 측의 정인봉 변호사도 이날 "검찰은 96년 4월 총선 전 1월 26일과 27일 이틀간 안기부 계좌에서 7백여억원이 인출됐다고 기소했고, 김기섭씨는 이 돈이 안기부 불용액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95~96년 안기부 지출관이었던 김운재씨는 2001년 11월 1심 공판에서 '불용액은 (한꺼번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나가는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며 "이는 안기부 돈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金전대통령 측은 이날 문제가 된 돈의 성격을 밝히지 않은 채 대선 잔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金전대통령은 2001년 2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 때(당에)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왔다. 그때 남은 거 갖고도 충분한데 뭣 때문에 (당이) 안기부 돈을 받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YS가 姜의원에게 준 돈이 대선 잔금이라는 얘기를 신뢰할 만한 인사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YS의 대리인격인 박종웅 의원은 "姜의원 변호사들의 주장은 허위며 그걸 믿고 검찰이 부른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YS가 강삼재 총장에게 준 것을 합친 돈과 95년 지방선거 당시 김덕룡 총장 등에게 준 것을 합친 총 1천2백억원의 자금 중 7백억~8백억원은 안기부 자금이며 나머지 4백억~5백억원은 대선 잔금과 당선 축하금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종류의 돈이 섞여 사용됐다는 게 당시 검찰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박승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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