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되새겨본 국치일 의이 고려대 강만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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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월 29일.오늘은 國恥日이다.우리 민족이 당한 국가적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한 날.1910년 바로 오늘은 대한제국이 한일합방문서에 치욕적인 조인을 한 날이다.
민족해방운동에 참가했던 독립투사들은 해마다 국치일이면 반드시끼니를 굶으면서 민족해방의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그들은 한번 망쳐버린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희생을 했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국치일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우리 민족은 아직도 분단상태에 있다.
國恥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치의 20세기를 넘기 전에 주체적이고 평화적이며,호혜적이고공존 공영의 민족 재통일을 위한 문이 열려야 한다.그래야 비로소 국치를 씻고 완전한 해방을 이루는 것이다.역사학에서의 分斷史觀극복을 일깨웠던 姜萬吉교수(60.고려대 사학 과)는『국치를끝내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살을 깎는 자기희생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국치일을 맞아 국치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姜교수를 만나봤다.
-문민정부가 들어선후 처음 맞는 국치일의 의미를 말씀해주십시오. 『대한제국이 멸망한 것은 富國强兵을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국민주권주의가 성립되지 못하고 의회가 없었기 때문에 乙巳조약이나 소위 한일합방조약과 같은 國體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조약도 의회의 비준절차없이 주권자 전제군주의 결 재만으로 법적 효력을 발생했습니다.문민정권 아래서 굳이 국치일의 의미를 새긴다면 바로 민주주의의 신장이야말로 국가나 민족사회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이 변화하고 있습니다.일본의 변화에 대한 한국 지식인의 대응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하겠습니까.
『일본의 변화가 반드시 동북아시아의 평화,나아가 세계평화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그러나 우리에게는 정치대국화하는 일본이 진정한 평화주의 국가인가를 의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일본은 아직 과거의 침략행위를 인정하는데 인색합 니다.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한,그 2세국민을 진정한 평화주의자로 교육할 의사가 있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 때문에 한국은 물론 모든 아시아인들이 일본의 강대국화를 경계하는 것입니다.일본은 그것을 자초 하고 있습니다.앞으로동북아의 정세는 과거와 같이 中日 대결구도로 가게 될 가능성이큽니다.남북한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각기 中日강국의 예속하에놓이는 불행을 막기 위해 통일은 시급합니다.또한 통일은 한쪽이무너지는 식이 아닌 민 족전체라는 역사의식를 가지고 통일의 지평을 열어가야 합니다.』 -친일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민족사회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일은 식민지시기의 반민족적 요소를 제거하여 민족적 정통성을 수립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그러나 이승만정권과 그후의 군사정권은 그것을 하지 못했습니다.
***○… 자존심 회복해야 …○ 반민족적인 요소에 대한 역사적 청산에는 시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민족사회의 건전한발전을 위하고 민족의 재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반민족적 잔재 청산을 위한 역사적 작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일제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연구자들에 의해 비로소 반민족세력이 단죄되기 시작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적이고도 오히려 객관성이 높은 일입니다.』 -해외에 묻혀 있는 독립유공자의 유해봉환사업의 의미는 무엇이며 또 어떤 분들이 돌아오지 못했습니까.
『8.15후 반세기가 되도록 선열들의 유해가 돌아오시지 못한원인은 민족분단에 있었습니다.늦게나마 돌아오신 것은 천만번 다행한 일입니다만 분단된 채로 있는 조국의 한 쪽으로 돌아온 그분들의 처지를 생각하면,특히 우리역사를 공부하 는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지난날 우리의 민족해방운동전선에는 우익전선도 있었고 좌익전선도 있었습니다.전체 민족해방운동 과정을 통해 두 전선은 서로 협력하고 통일하려 애썼습니다.그것을 알기 때문에 주로 우익전선 에서 활약하신 분들만이 돌아오실 수 있는 현실 앞에 죄스러운 마음만 더할 뿐입니다.』 姜교수는『분단시대의 역사인식』『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등을 통해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을 제시하고 반독재운동에 참여,세차례나 구속되기도 했다.또한 그는 지난 80년 지식인 선언과교수선언에 참여한 뒤 해직돼 4년간 대학강단을 떠나야 했었다.
그가 해직기간중 집필한『한국현대사』『한국근대사』는 지금까지도 版을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그는 최근 이들 두 권의 개정판을 마무리해 올해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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