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 혁신 방향 제시|"탁희준『한·일 대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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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과 한국의 인사관리·노사 관계 제도는 종신 고용제·연공서열형·기업별 조합 등 적어도 겉으로는 같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일본에서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는가. 바로 이점을 밝혀 우리 기업 체질에 알맞은 새로운 인사 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 노동학계의 선구자인 탁희준 박사가 일본관계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한일 양국의 대기업 인사 관리 실태를 비교 분석해 내놓은 연구성과다.
일본은 전통 문화에 입각한 인적 자원의 개발·축적·활용 등 노동 시장 내부화에 힘써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해 경제 성숙화를 앞두고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경영자 정신·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전근대적인 직종간 신분 차별 대우로 인해 생긴 직종간 적대 관계가 노사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인력 배분 질서가 연공 서열형 승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능력주의적 관리에 의한 협조관계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사무관리직에서는 연공급의 특징이, 생산직에서는 성과급 성격이 보이며 양자간의 임금 격차가 매우 크다. 자사 특수 기술에 알맞은 사내 교육을 통한 숙련 노동 축적 체제의 미정비, 장기정착·공동체 의식을 자아낼 기업내 복지관의 미확립, 기업 내 안정 질서를 가져올 노사관계의 이념과 제도상의 허점 등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대기업은 내부화를 중요 과제로 삼고 신분 차별 철폐, 사내훈련, 직능자격제도, 인사고과, 임금사정, 자극임금, 기업 내 복지, 협조적 노사 관계 등 인사 제도상의 개선을 해야 한다.
이 책은 학문적 가치로서 뿐 아니라 대기업 경영 혁신의 길잡이가 된다는 뜻에서 그 업적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학계·산업계·경제 행정계 모두에 읽혀져야 할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이다. <김윤환·고려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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