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식 「개인수표」로 전환유도/사용급감 자기앞수표 향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실명제 이전보다 결제액 5백억원 줄어/기업은 「당좌」·개인은 「가계」로 대체추세
금융실명제 이후 사용이 줄고 있는 자기앞수표의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자기앞수표가 앞으로 없어질 경우 그 대체수단으로 10만원권 등 고액권 화폐가 발행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은행이 발행하고 지급까지 책임짐으로써 신원확인이 어려웠던 자기앞수표는 실명제 시행이후 발행할 때는 물론 현금으로 바꿀 때 은행에서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까지 제대로 기재토록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자기앞수표는 일단 발행했다가 몇차례의 돈세탁과정을 거쳐 로비·비자금으로 쓰거나 뇌물로 이용될 경우 추적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가명계좌 개설도 안되고 수표도 발행할 때나 현금으로 바꿀 때 일일이 실명을 확인하므로 발행자나 최종소지자가 그대로 노출된다. 따라서 익명성이 요구되는 자금은닉이나 거래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이 떨져 갈수록 사용이 즐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 이전에 하루평균 3천억원정도 결제가 돌아오던 자기앞수표는 16일에 절반수준까지 줄어들었다가 17일부터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전보다 5백억원정도 결제요구가 적다. 결국 자기앞수표는 금융실명제가 정착될수록 이용도가 낮아질 것이며 기업은 당좌수표로,개인은 가계수표(개인당좌수표)로 대체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자기앞수표의 사용이 줄어들 경우 또하나의 대체수단으로 5만원·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 이야기가 머리를 들고있다.
그러나 이경식부총리는 이와 관련,『통화개혁이나 화폐교환·고액권 발행설이 나돌고 있으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자기앞수표의 경우 특히 10만원짜리가 고액지폐처럼 사용되어온 것이 현실이지만 정부로서 10만원권 등 고액권을 발행하면 아무래도 인플레 심리를 유발할 수 있으며 현금퇴장과 검은 돈의 거래를 조장시키는 등 실명제의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앞수표의 향방에 대해 한국은행관계자는 『아직 개인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수료가 널리 유통될 만큼 신용사회가 정착되지 않않고 오랜 금융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어 상당기간 자기앞수표를 없앨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선방향으로는 일단 현재의 무기명식 자기앞수표를 기명식으로 바꾼 뒤 장기적으로는 개인당좌수표로 이용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명 자기앞수표란 지금처럼 은행이 수표를 발행하되 수표 겉면에 발행해달라고 요청한 이의 이름을 적는 것으로 수표용지 인쇄비용은 발행의뢰자가 부담한다.
또 우선 제2금융권부터 자기앞수표보다는 당좌수표를 많이 발행토록 하고 점차 30대 계열기업군 등에도 당좌수표 사용을 더욱 확대토록 유도해 나간다는 복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한은 관계자가 덧붙였다.<양재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