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대상 올해도 편파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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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방송대상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편파시비에 휘말렸다, 그렇지 않아도 나눠먹기 식 시상, 시상기준의 무원칙 등으로 비난을 받았던 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0일 발표된 제20회 한국방송대상 심사결과에 대해 MBC PD협회(회장 강철용)는 18일「제20회 한국방송대상에 관한 MBC PD협회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심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는 심사기준·제도가 무원칙하고 비합리적인 탓이라 주장했다. 협회는 또 ▲1차 심사의 매체별 전문화 ▲2차 심사위원의 회원사별 추천 폐지 ▲출품분만이 아닌 해당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평가로의 전환 ▲이와 관련한 세미나·공청회 개최를 공식 요구했다. 이어 한국방송 프러듀서 연합회도 한국방송대상의 혁신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 다. MBC PD들이 문제삼고 나선 직접적 계기는 방송위원회 제재까지 받은 SBS-TV의 『주병진 쇼』와 SBS 라디오의 『우리 기쁜 좋은 날』이 우수작품상을 받은 반면 높은 시청률과 함께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으며 드라마의 완성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MBC-TV 주말연속극『아들과 딸』은 수상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청률에서 뒤지는 KBS가 21개 부문을 휩쓸고 상업주의로 비판 받아온 SBS가 11개 부문을 수상한데 비해 MBC는 6개 부문밖에 받지 못한 것은 채널에 대한 총체적 평가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우도 화제를 불렀던 MBC-TV 대하드라마『여명의 눈동자』가 KBS-TV의 다큐멘터리 『집중기획 자본주의 1백년』에 밀려 방송대상에서 탈락하자 심사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방송협회는 올부터 2차 심사를 신설, 심사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했으나 9명중 7명이 회원방송사의 추천인물로 이루어져 공정을 기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강 회장은『공정을 기할 수 있는 개선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9월3일로 예정된 시상식 중계거부·수상거부 등과 함께 사측에 회원사 탈퇴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문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지만 프로그램 평가에서 유익성·오락성중 어느 것을 중시할 것인가,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고급」프로그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 문제까지 제기돼 앞으로 전개양상에 따라 바람직한 방송상 모색 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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