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바르샤바대 박사 양정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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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문학을 이제부터 새로 소개하는게 제게 짐 지워진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 올림픽을 계기로 문호가 개방된 동구권 대학에 유학한 국내 학생으로선 양정숙씨 (29)가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양씨가 받은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폴란드의 대서사 소설가 마리아 동브로프스카의 소설 『밤과 낮』 연구.
동브로프스카 (1889∼1965)는 폴란드가 자랑하는 민족 서사 시인이자 소설가로 1천6백 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작품 『밤과 낮』은 여러모로 국내 작가 박경리씨의 『토지』와 닮았다고.
국내에 아직 번역소개 되지 않은 『밤과 낮』은 폴란드가 러시아에 대항해 일으킨 1865년 1월 봉기부터 1차 대전 발발 때까지 한 가족이 겪는 역사의 수난을 통해 민족의식이 형성돼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양씨는 전한다.
『동유럽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폴란드는 강력한 독일과 러시아에 분할 지배된 역사나 남에게 대접하길 좋아하고 시간 관념 등이 적은 점 등 민족성도 우리와 닮은 데가 많아 오히려 연구 과정 전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89년 폴란드와의 수교 이후 첫 폴란드 유학생이기도 한 양씨는 외국어대 대학원 동구 지역 연구 학과에서 폴란드 고물카 정권 붕괴 연 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었다. 양씨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는데 『대학 시절 폴란드 현대사를 다룬 책을 보고 그들이 지닌 민족적 한에 매료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폴란드 문학은 국내에 전반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는데 『쿼바디스』로 유명한 셴키에비치 외에 소설가 레이몬트, 시인 체스와프 미와시 등 3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다고 양씨는 말한다.
양씨는 국내에서 자리가 잡히는 대로 소설 『밤과 낮』의 번역, 폴란드어 사전 편찬 등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소설 「토지」와 동브로프스카의 「밤과 낮」의 비교 연구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밝힌다.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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