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청년을 꿈꾼다 <22>자연치아 오래 쓰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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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14면

서영수(오른쪽)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 대표가 환자에게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동연 기자]

요즘 임플란트 시술이 확산되면서 이 시술을 만능으로 알고 치아 관리를 소홀히하거나 성급히 이를 빼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가 안 좋으면 어때. 나중에 임플란트하면 되지’라거나 ‘이가 흔들리는데, 어차피 뽑을 텐데, 일찍 임플란트를 하지’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임플란트하면 된다고요? #염증 심한 치주염도 치료 가능 … 이 뽑는 건 최후의 선택

그러나 임플란트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자연치아를 대신할 수는 없으며, 가급적 자연치아를 뽑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자연치아를 지키면 치아뿐만 아니라 온몸의 건강에 도움이 되며 자신감에 찬 조쌀한 얼굴의 노년을 보장받는다.

최근에는 일부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치아 건강에 신경 쓰고 과도한 임플란트 시술을 자제해 자연치아를 최대한 보존하자는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까지 발족했다.
 
이 빼면 노인 얼굴로 변해

성인의 치아는 28~32개. 사랑니 때문에 개수가 다르다.

일본에서 80대 노인들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18개 이상 남아있으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치아 수가 적은 사람보다 삶의 질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가 건강하면 씹는 기능이 뇌의 퇴화를 늦춰 기억력이 유지되고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를 빼면 턱뼈가 줄어들고 얼굴이 합죽해져 노인 얼굴로 변한다. 뼈는 임플란트를 해도 없어진 채로 있으므로 가급적 자연적 이를 보존해야 한다. 또 치아를 잃어버리면 발음이 어눌해져 자신감을 잃게 마련이다.

치아는 온몸의 건강과도 관계가 깊다. 어른이 이를 잃는 것은 90% 이상 ‘치주염’ ‘풍치’라고도 불리는 잇몸 병을 방치하기 때문이다. 잇몸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혈액 속에서 돌다가 특정 부위를 공격한다. 이 세균은 심장과 뇌의 혈관에 염증과 피떡을 만들어 심장병과 뇌중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며 노인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아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당뇨병, 비타민 결핍 등의 병이 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잇몸 병이 있는 임신부는 치아가 건강한 임신부에 비해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7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아 보존술 나날이 발전

간니를 빼는 이유는 충치와 잇몸 병 때문인데 충치는 90% 이상 치아를 뽑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잇몸 병. 우리나라 성인의 90%가 잇몸 병을 앓고 있으며 입냄새가 심하거나 양치질할 때 피가 나오면 대부분 잇몸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 일부 치과에서는 수익을 고려해 무조건 임플란트를 권하는데, 임플란트는 최후의 선택이다. 자신은 특별히 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치과에서 권할 때에는 두세 곳에서 더 진찰받은 뒤 같은 진단이 나오면 수술하는 게 좋다.

이가 흔들리면 곧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에는 치아를 보존하는 치료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웬만한 치주염은 이를 뽑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뼈가 부족하거나 치아 뿌리에 염증이 심해 고름이 나오면 치아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치근단 수술’, 치아를 뺀 뒤 염증을 치료하고 다시 심는 ‘치아재식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아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잇몸 병을 보존술로 치유할 수는 없다.

치주염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6개월마다 치과에서 자신의 치아와 잇몸을 점검하고 스케일링을 받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외상으로 치아가 빠졌을 경우에도 다시 심는 수술로 치아를 되살릴 수 있다.
 
입 안 곳곳을 칫솔질해야

칫솔질을 꼼꼼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잇몸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치아뿐 아니라 혀·입천장·볼 안쪽 등 입 안 곳곳에서 살기 때문에 칫솔질을 할 때에는 치아뿐 아니라 입 안 곳곳을 닦아야 한다. 특히 양치질할 때 앞뒤만 닦지 말고 치아와 치아 사이를 중점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치아 사이를 청결히 하는 데에는 치간 칫솔, 치실 등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칫솔질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치과에서 치아에 색소를 입힌 다음 양치질을 하고 안 닦인 부분을 확인해 양치질 방법을 교정하는 것이 좋다.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켜 백혈구의 이동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세균의 ‘우군’이 된다. 모주망태는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제대로 칫솔질을 하지 않고 자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치아 건강이 나쁘다. 카페인·탄산 음료 등도 치아에는 적이므로 이들 음료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고 나선 이를 닦도록 한다.

여성 치아는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다. 임신 중 염증이 악화되기 십상이어서 “아기 낳고 치아 다 버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치과에서 쓰는 국소마취제는 태아에게 거의 해가 없으므로 치과의사와 상의해서 필요하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채소·과일주스·물 많이 먹으면 입냄새 싹~

술꾼들은 과음한 다음 날 입냄새가 진동을 하면 ‘속이 썩었다’고 걱정하지만 대부분 잇몸 병이 원인이다.

1 엉망으로 취해 귀가하면 칫솔질을 꼼꼼히 하지 않고, 그에 따라 입 안 세균들이 온갖 영양분을 분해하면서 냄새가 진동하는 것. 나머지는 코곁굴염(축농증)·비염 등 코질환이나 간·콩팥·위장·허파 등의 병 때문에 생긴다.

2 세균들은 잇몸 질환이 심해지면 입 안의 단백질을 분해해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악취가 생긴다. 잇몸 병은 어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스킷·크래커 등 과자를 많이 먹는 아이에게도 잘 생긴다. 여성은 호르몬 분비 상태가 변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3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를 때에도 입냄새가 나지만 대부분 물을 마시거나 이를 닦으면 금세 없어진다.

4 입냄새는 침 분비에 이상이 있을 때 심해지는데 이는 침의 세정작용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져 입냄새가 나며 담배의 타르 성분도 입 안을 건조하게 해 입냄새를 악화시킨다.

5 대부분의 구취(口臭)는 치과에서 스케일링만 해도 좋아지지만 잇몸 병이 심할 경우 잇몸의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6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침샘을 자극해 입냄새를 없앤다. 입냄새가 약간 날 땐 물과 과일주스를 자주 마셔 입 안을 촉촉하게 만들면 냄새가 사라진다.

7 특히 토마토의 아놀린이라는 성분은 황화합물 분자를 깨뜨려 입냄새를 방지한다. 반면 입냄새가 나기 시작할 무렵 양파·마늘·파·고사리·달걀·무·겨자 등은 냄새를 악화시키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8 입을 다물고 콧바람을 불었을 때 냄새가 나면 입 안이 아닌 호흡기나 소화기 계통의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으면 치과에서 핼리미터라는 구취측정기로 휘발성 황화합물을 측정하고 타액검사로 원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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