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제거」공언/청와대 경제장관회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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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업인 투자의욕 고취”/재계불안감 인정… 경제활력에 최우선/“경제상황 봐가며 사정” 성급한 기대도
정부가 11일 청와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경제시책 운용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최근 기업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덜어 투자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보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력한 사정활동과 금융·세제 등 경제개혁,공정거래시책 강화작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은 막연한 또는 상당히 근거있는 불안감을 느껴왔던게 사실이다.
재계는 이같은 심리적 불안감을 그동안 여러차례 토로했다.
지난 주말 이경식부총리 요청에 의해 마련된 정책당국자와 상의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강조됐다.
기업들이 불안을 느끼는 주요 사안은 대충 다음과 같다.
상공부가 주관하는 업종전문화 정책,금융실명제 및 2단계 금리자유화 실시시기,대기업에 대한 내부거래조사 등 변화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재벌정책,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노동정책,노초세 등 토지공개념 관련법의 무리한 시행 등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사정바람과 공직자 재산등록에 따른 예금계좌 추적설 등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투자의욕을 꺽고,상황 돌아가는 것을 관망케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내에서도 최근 경제팀과 비경제팀 사이에 이같은 경제외적 요인에 의한 경기 부진현상에 대해 심각한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 살리기에 적이 조급해 있는 신경제팀은 기업들의 이같은 체감불안에 상당부분 공감한다는 뜻을 이날 회의를 통해 밝힌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오늘 회의를 통해 경제활력회복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기로 방향을 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정활동이 경제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동향에 대한 정부와 기업간의 시각차는 여전히 큰 것 같다.
이날 회의에서 정리된 최근 경제에 대한 정부 시각은 한마디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는 내용이다.
연초의 침체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들었으며 회복속도가 좀 더디기는 하나 어쨌든 여러가지 지표로 판단할 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성장률에 대해 정부는 한은(7.2%)이나 한국개발연구원(7.7%)과 비슷한 수준인 7%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측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지만 7%대는 이미 물건너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달 신경제 5개년계획 발표때 이미 공표된 수치에 정부 스스로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에대해 장승우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은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겪고 있는 진통이 다소 지나치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구멍가게 등 구식매장은 매출이 부진하나 편의점 등 잘 단장된 곳은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이때 잘되는 측은 별 말이 없고 안되는 쪽에선 여러가지 불만이 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경공업의 퇴조와 전자·자동차·조선 등 중화학분야의 호조도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직까지는 정책기조나 총량지표 전망치를 조정해야 할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정부 입장인 셈이다.
이제 정부의 「불확실성 제거」의지가 확인된 이상,그동안 정부지원 등 온실에 안주해왔던 기업 경영체질을 자율과 개방,국제화 시대를 맞아 제대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라는게 정부측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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