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log] 뚱보 이대호·채병용의 야구판 생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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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타자 중엔 이대호(롯데.(上)), 투수 중엔 채병용(SK.(下))입니다.

롯데 거포 이대호는 체중 얘기만 나오면 발끈합니다. 그에게 체중을 물었다가 무안당한 기자가 한둘이 아니죠. 현재 그의 몸무게는 120㎏(키 1m92㎝) 정도입니다. 이대호는 체중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롯데에 입단한 2001년 당시 이대호의 체중은 100㎏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던 백인천 당시 감독이 "살을 빼라"며 특훈을 지시했고, 뜀뛰기와 오리걸음을 하다 무릎 인대를 상했습니다. 수 개월 운동을 쉬는 사이 130㎏으로 불고 말았죠. 이대호는 2005년 시즌 후 양산 통도사에 들어가 두 달간 등산.웨이트 트레이닝과 채식으로 16㎏을 빼기도 했지만 트리플 크라운(타격.홈런.타점 3관왕)을 달성한 지난해 말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체중 조절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요즘에는 2~3일에 한 번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만 시즌 중이라 본격적인 체중 조절은 무리입니다. "이대호가 루상에 나가면 다칠 것을 우려해 작전을 걸지 않는다"는 강병철 감독은 "과체중은 관절에 무리를 줘 선수 생명을 단축할 수 있다"며 걱정입니다.

1m85㎝에 100㎏이 넘는 채병용은 대식가로 유명하죠. "음식 조절을 하는데도 다른 선수보다 많이 먹는다. 양껏 먹으면 두 배 이상 먹을 것"이란 주위의 평이고 본인도 "사실 양이 좀 많다"며 씩 웃습니다. 채병용은 고 1때까지도 평범한 체형이었습니다. 그러나 1학년을 마치고 신일고로 전학하면서 두 달 운동을 쉬는 동안에 25㎏이 불었답니다. 몸이 둔해져 투구 밸런스와 릴리스 포인트를 잃어버렸고, 중학 때 시속 135㎞를 넘던 직구 스피드는 130㎞ 이하로 떨어졌고요. 결국 2001년 투수 아닌 내야수로 SK에 입단합니다. 하지만 투수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채병용은 최계훈 코치와 1년간 맨투맨 트레이닝에 들어갔습니다. 새벽부터 수천 개의 섀도 피칭과 러닝으로 108㎏이던 몸무게를 93㎏으로 줄였고 이듬해 1군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살 빼라는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로 더 먹게 된다"며 "이젠 체중에 신경 안 쓰고 살기로 했다"는 채병용은 팀 동료 엄정욱.김광현이 부럽답니다. "강속구 투수는 대부분 가는 팔뚝으로 위에서 내리꽂는 스타일인데 난 그러지 못한다"며 "마른 남자가 잘나가는 시대 아닙니까"라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그러나 이대호나 채병용은 모두 국내 프로야구에서 내로라하는 선수입니다. 그 비결은 뛰어난 유연성과 순발력입니다. 이대호의 부드러운 스윙은 인.아웃 코스 가리지 않고 안타를 뽑아내고 육중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를 그대로 타구에 싣는 원동력입니다. 장재영 롯데 코치는 "이대호는 체지방 수치가 평균보다 약간 높지만 근육량이 많아 타격 때 충분한 파워를 낸다"고 말합니다. 김상진 SK 코치는 "채병용은 팔을 휘두르는 궤적이 짧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히는 데 애먹는다. 여기에 공을 끝까지 끌고 가 릴리스 포인트에서 잡아채는 힘이 강해 공끝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투구 스타일은 타고난 순발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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