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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 경선, 양대 리그로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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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이 3대 리그 구도에서 메이저-마이너의 양대 리그로 재편됐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에 합의하면서다. 양 당 지도부는 10일 합동 회의를 열고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에 흡수되는 형태의 통합을 결의했다. 20일 선관위에 합당 신고를 하면 민주신당은 의원 143명의 원내 제1당이 된다. 연말 대선까지 이 의석이 유지되면 '기호 1번'이 된다.

범여권의 경선 구도도 민주신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의 3개 리그에서 민주신당이 벌이는 메이저 리그와, 민주당(의원 9명)이 벌이는 마이너 리그로 정리됐다.

메이저 리그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김혁규 의원,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원웅 의원 등 10여 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독자 경선을 반대해 온 민주당의 추미애 전 의원과 9월 초 대선 출마 선언 후 독자 노선을 준비 중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참여 가능성이 있다.

마이너 리그인 민주당에선 조순형 의원, 이인제 전 의원, 신국환 의원,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 김민석 전 의원 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리그별 경선 시간표도 윤곽이 나왔다. 민주신당은 9월 3~5일 50대 50 비율의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방식으로 1차 예비 경선을 벌여 일정 순위 이하의 후보들을 걸러내기로 했다. 이른바 '컷 오프(Cut Off)'다. 이어 9월 14일부터 본경선에 들어가 10월 15일께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처럼 하루에 모든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국 16개 시.도별, 순차적으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던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방식과 같다.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준비해 온 이목희 의원은 10일 "당원과 일반 국민을 포함해 200만 명이 넘는 선거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엔 160만 명의 희망자 중 성.연령.지역별 유권자 비례로 7만 명을 추출해 투표권을 줬지만, 이번에는 그런 고려 없이 희망자 전원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범여권이 한나라당에 비해 약세인 점을 감안, 유권자 참여율을 높여 전국에서 큰 흥행판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받지 않을 경우에만 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민주당은 독자 경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자 대선 후보 경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인기 원내대표는 "이렇게 된 이상 민주당은 9월 말~10월 중순 경선을 통해 자체 후보를 확정하고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자 중에선 지지도가 가장 높은 조순형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변수다. 조 의원은 10일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은 대선을 겨냥해 일회용 급조 정당을 만든 것으로 대선이 끝나면 소멸할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범여권 대선 구도가 끝내 양분될 경우 호남+충청으로 대표되는 서부전선의 범여권 지지세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 의원이 대선에 끝까지 나설 경우 100만 표가량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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