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 기자 공동 관찰기 ⑥ 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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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네 차례의 대선은 물론 각종 선거에서 광주.전남과 비슷한 투표 행위를 보여줬다.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과 달리 열린우리당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들 지역과 마찬가지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지역이었다.

이번 대선은 어떨까. 8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열렸지만 대부분의 전주시민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한나라당 경선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에 대한 전북 사람들의 거부감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호감이 생긴 것은 아니다.

전북도민들은 평소 한나라당을 거의 화제로 삼지 않는다. 그나마 말을 하는 이들도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워낙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이 못하니까 관심이 가는 정도"(택시기사 김현식씨.54)라고 말한다.

이런 반응은 한나라당이 추진해 온 '호남 끌어안기'가 아직 눈에 보일 정도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원이라는 한 상인도 "전북과 관련해 당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북에서 호남 지역주의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젊은 유권자들은 "전북이 낙후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영남 때문이란 생각은 별로 안 든다"(대학생 김은진씨.21)고 말한다. 기존 지역주의의 변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전북에 해준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그런 만큼 약화되는 지역주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한나라당 후보들이 할 일이 많다. 전북도민들은 두 후보가 전북을 향해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8일 연설회에서 이. 박 후보는 지역의 숙원인 새만금사업 완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나마 한나라당엔 다행스러운 일이다(홍준표.원희룡 후보의 연설이나 홍보 동영상에서는 전북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군소후보의 한계를 보여줬다). 하지만 전북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공약의 나열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주대 사회과학대 이강로 교수
전주=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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