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대쪽정신」 그리워|소설『우암 송시열』펴낸 홍경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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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회가 혼탁할수록 대쪽같던 옛 선비들이 그리워집니다.
정심과 성의로 삶의 길을 가면서 의리를 위해선 일신을 초개같이 버릴 줄 알았던 사대부의 전형을 저는 우암 송시열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 홍경호씨(55)가 장편역사소설 『우암 송시열』(신구미디어간)전3권을 최근 펴냈다.
30년 가량 대학강단에서 독문학을 가르쳐온 교수로서 지난91년 장편 『녹색 꿈을 찾아서』로 뒤늦게 문단에 나온 이래 『독신시대』『열아홉번째의 구멍』등 재미있는 세태소설을 쏟아내던 홍씨가 이번엔 역사소설에 뛰어든 것이다.
『우암 송시열』은 이 나라 대쪽같은 선비의 상징인 우암을 축으로 북벌과 개혁기운이 들끓던 효종조의 사회를 다룬 작품.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청에 무릎 꿇었던 삼전도의 치욕을 씻으려는 효종의 북벌계획, 이를 둘러싼 재조·재야의 갈등, 개혁의 움직임 등 3백년전 조선정치사회를 생생하게 그리며 지금의 우리 현실과 대비해보도록 하고 있다.
『역사는 왜곡돼서는 안됩니다.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라 할지라도 흥미로만 흘려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TV를 보다보면 우리 임금들은 나약하고 주색에만 빠져 도대체 정사를 돌볼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러나 왕조실록의 기록은 좀 다릅니다. 팔도의 수령방백을 임면하고 하다못해 마을에 효자·정열문을 세우는 일까지도 왕이 직접 이이보고 있는데 주색에 빠질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친일·독재사관에서 빨리 벗어나야겠습니다.』
역사상 사표가 될만한 선비며 관리들이 많았음에도 굳이 우암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우암 시대의 상황과 지금 개혁정국의 상황이 비슷하게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는 산 사람들의 교과서란 말은 흔히 하면서도 역사를 교과서로 활용 못하고 흥미로만 흘리고 있다는 홍씨는 철저한 고증에 의해 장편 『우암 송시열』을 야사가 아닌 정사로 읽히게 하고 있다.
어릴 때 서당에서 실력을 쌓은 탓으로 한학에 조예가 깊고 경전과 역사서도 많이 읽었다는 홍씨는 『시경』을 철저히 분석, 재해석해 당대의 풍속을 재현한 역사소설『하희』를 9일부터 중앙경제신문을 통해 연재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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