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살아 오신 것 같습니다”(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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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마치 고인들이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습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5일 대한민국 임서정부 선열 5위의 유해를 모시고 귀국한 유족대표들은 망국의 한을 품고 돌아가신지 이미 70여년이 지난 선열들이 환생해 돌아오는듯한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유해를 모시고 비행기에서 내린 박은식선생의 손자 유철씨(55)는 어머니 최윤신씨(78)의 손을 꼭잡고 『돌아가신 아버님의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졌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유철씨는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독립운동을 하다 할아버지의 유해를 뒤로한채 고국에 돌아온 아버님(박시창 전 광복회 회장)은 유해봉환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시다 「아버님을 모셔와라」는 유언을 남긴채 돌아가셨습니다』라며 『돌아오지 못한 애국지사들의 유해를 속히 모셔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고혈압으로 쓰러져 10년째 누워있는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의 유해를 모시고온 노백린선생의 손자 영훈씨(68)도 『이 벅찬 감격을 통일의 그날까지 이어 온민족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누워계신 아버님께 이 기쁜 사실을 알리려고 온갖 시도를 다했지만 잘 못알아 들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해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유족들은 『임정 요인들의 유해가 70여년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은 우리 민족의 잘못』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잊혀져가는 역사의식을 되살려 통일된 조국에서 온 민족이 돌아오지 못한 모든 애국지사들의 유해봉환을 맞는 것이 우리 후손들이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족들은 특히 유해봉영식·유해봉송 등 3시간 남짓한 고인들과의 만남이 너무 짧게 느껴진듯 국립묘지 현충관에 마련된 영현봉안관에 고인들의 유해를 안치시킨뒤에는 선열들이 안장될 임정요인 묘역으로 올라가 주변을 돌아보며 한참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신성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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