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혹시…” 초조한 투표/현대자/노도 사도 시민도 온신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노조선 조합원에 “찬” 호소/“현대분규의 분수령” 당국도 결과주시
현대자동차 노조가 노사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간 23일 회사와 울산지역 시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투표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대자동차 인근 울산시 중구 양정동 주민들은 투표하러 출근하는 노조원들을 초조한 눈빛으로 지켜봤으며 회사 중역과 관리직 사원들도 일손을 놓고 투표과정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특히 이날 효문네거리·염포삼거리 등 회사주변 곳곳에 경찰차와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현대중공업 등 쟁의중인 7개사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 긴장감을 더했다.
시민들과 회사측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투표결과가 현대분규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노조원들이 제발 현명한 판단을 해 다른 계열사 분규해결의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노조=현대자동차 노조는 23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전체조합원들에게 배포한 「노동조합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지들의 결단을 기대합니다」라는 유인물을 통해 『잠정합의안이 부결처리되면 무효화되고 직권조인에 의해 강제타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만족할만한 결과가 못 돼도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것인 만큼 가결시키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사내 12개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찬반투표는 먼저 야간근무조 9천여명을 시작으로 투표에 들어가 오후 1시까지 진행.
회사는 노조측이 찬반투표를 실시한 이날 하룻동안 휴무를 결정,전체조합원 2만9천4백여명에 대해 투표를 할 경우 출근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온건근로자들의 투표참여율이 높게 나타나 좋은 결과를 점치면서도 계열사들의 연대파업 등의 여파가 투표결과에 미칠 영향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한 모습이었다.
◇회사측=현대그룹측은 이번 투표를 통한 잠정합의안 통과가 다른 계열사분규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7시 정세영회장이 현대자동차 2층 회의실로 나와 대책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투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현대강관 노조가 22일 회사측 최종안에 대해 반대하고 다른 계열사들이 연대파업에 돌입하자 그룹 임원진들은 아연 긴장,앞으로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동부=울산지방노동사무소는 투표를 앞둔 2일밤 근로감독관들을 현대자동차에 보내 마지막 지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투표결과에는 불안한 표정. 특히 이날 오후부터 현대계열사들의 전면파업 소식이 속속 전해지자 노동부관계자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투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며 투표가 부결될 경우에 대비,긴급조정을 곧바로 실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울산 동부경찰서에 마련된 경찰 종합상황실에서는 22일 오후부터 정진규 경남지방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작전회의가 열리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울산시 일원에 배치된 병력에 대해 현대자동차측이 현대자동차 명촌 후문과 효문로터리에 배치된 병력은 투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철수를 요청해오자 이를 검토한 끝에 회사측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23일 아침 일부병력을 철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