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에폭시공장 화재로 세계 반도체업계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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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연내 복구 안되면 국내업계로 “불똥”/재고 반년치… 현재론 타격없어/파동수습할 스미토모사 26일 기자회견에 촉각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있는 세계반도체 업계의 촉각이 26일로 예정된 일본 스미토모사의 기자회견에 쏠려있다.
지난 4일 일어난 스미토모사 에폭시공장의 화재에 따른 에폭시 파동이 전세계에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단기현물시장(스폿시장)에서는 지난 1주일동안 1메가와 4메가D램의 가격이 두배이상 뛰었고 반도체 업체들도 저마다 에폭시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에폭시파동에 따라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컴퓨터업체들을 중심으로 가수요까지 겹치고있다.
국내업체들도 화재직후 일본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한데 이어 19일에는 상공자원부와 반도체 업체들이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또 최근 국내업체들은 장기 수출계약을 맺을때 에폭시파동을 감안해 수출단가를 올리거나 계약을 미루고 있다.
에폭시수지는 반도체 조립때 칩을 둘러싸는 몰딩의 소재로 반도체 전체 원료가의 1%에 못미치는 재료.
세계 에폭시시장에서 스미토모사의 점유율은 1% 남짓이지만 1메가급 이상의 반도체에 쓰이는 고급에폭시 수지는 세계 공급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미국 다우케미칼 등도 이를 생산한 적이 있으나 일본과의 경쟁력에 밀려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생산을 중단해 왔었다.
스미토모사의 화재에 따른 피해복구가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는 26일의 기자회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는 복구에 8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지만 과연 언제 끝날지 자신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반도체업계는 스미토모사가 다른 2개의 자사공장의 생산품목을 긴급 전환해 고급에폭시 수지를 생산할 경우 에폭시파동은 곧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스미토모가 갖고있는 고급 에폭시수지 관련 특허와 생산기술을 다우케미칼 등 다른 업체들에 긴급공여를 해주어도 별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부족한 에폭시 물량을 자국업체에 우선 배분하고 특허도 공유하지 않을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상공자원부도 『반도체장비와 주요소재의 해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 반도체업종의 취약성이 노출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지성이사는 『장기거래를 위한 국제상 도의가 있는만큼 일본도 함부로 에폭시수지를 무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현재 국내의 에폭시 재고량은 중간제품과 원료를 합해 대략 6개월분 정도. 수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보다는 재고량을 비교적 많이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반도체 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아남산업과 반도체 3사는 『별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업계는 「알짜배기」인 일관공정 반도체수출이 상반기중 단일품목으로 최대인 20억1천1백만달러(전년대비 45% 증가)를 기록하는 등,「단군이래 최대호황」을 누리고있다.
그러나 스미토모 공장의 복구가 내년까지 넘어가면 파동은 불가피하고 우리의 반도체 특수에도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상공자원부와 반도체업계는 26일 스미토모사의 입장이 정해지는대로 다시 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우선 일본반도체협회에 『지금까지 거래실적에 따라 에폭시수지를 성실히 공급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해 놓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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