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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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의 여름철 피서는 소박하다.
동네 주민이나 직장 동료끼리 휴일에 인근 명승지나 유원지를 찾아 당일치기로 피서를 즐기는 정도다.
여행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제한돼 있는 데다 연간 14일 주어지는 휴가는 친척 등의 혼사나 장례에 다 써버리는 탓이다.
특히 여름방학중에는 자녀들이 혁명 전적지 답사나 노력 봉사에 동원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만큼 가족 단위의 피서 나들이·여행은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긴 피서 여행은 직장·공장에서 분기별로 1백명 당 3∼4명 꼴로 발급하는 휴양권을 따내 동료끼리 할 수 밖에 없다.
91년5월 정무원 결정을 통해 여행 규제 조치를 일부 완화, 거주하고 있는 도내에서는 여행증 없이 공민증만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행 제한 지역이 많고 여행 증명서는 14일전에 직장 지배인에게 신고해야 받을 수 있는 등 아직 까다로운 절차는 남아 있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여행을 떠날 경우 고위층은 대부분 호텔이나 초대소에 묵고, 일반인들은 여관을 이용하도록 제도화 돼 있다.
여관은 각도 행정 위원회 산하 편의봉사 사업소 관리하에 군 단위별로 1∼2개씩 운영되고 있는 상태.
각방에는 이불만 구비돼 있고, 세면장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침 한끼만 무료로 주고 숙박료는 2원이라고 전해진다.
금강산·묘향산·송도원·주을온천·삼지연 등 북한내 경승지에 세워진 휴양소는 시설이 여관보다는 월등하게 좋다.
평양 주민들의 경우 가장 즐겨 찾는 여름철 나들이 코스는 대성산 유희장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도심에서 6km 떨어진 이 유원지에는 수영장·보트장·관성 열차 등이 갖춰져 주민들은 휴가 중 이곳을 찾아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수도의 공원이라 불리는 모란봉 공원·만경대 유희장 등도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평양의 나들이 명소다.
특히 북한은 작년 평양시민 전용 진강포 해수욕장을 황해남도 과일군에 개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평양 시내 능라도를 5개의 휴식구로 나눠 개발중이다.
여행이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평양 주민들은 그만큼 다른 지방 사람들에 비해 폭넓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오락 시설이 없는 지방에서는 대개 동네 주민들끼리 먹을 것을 싸들고 인근 산이나 강을 찾아 더위를 식힌다고 전해진다.
북한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피서지는 원산의 송도원 해수욕장.
특히 해당화가 만발한 모래밭과 어우러진 잔잔한 수면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북한은 이 지역을 외국인·내국인 출입지역으로 구분, 운영하고 있는데 식물원·동물원·휴양소·야영소가 갖춰져 있다.
이밖에 와우도·통천·몽금포 해수욕장 등도 북한의 피서 명소로 꼽힌다.
강원도 세포군 삼방 계곡과 백두산 화산대에 위치한 자연 호수인 삼지연 등도 산간 휴양지로 이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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