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충실히 영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해 극장 개봉되어 화제를 모았던 박종원 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드림박스)은 안정된 연출력으로 이문열의 원작 소설을 충실히 영상화하고 있다. 「권력의 형성과 몰락」이라는 주제를 50년대 후반의 어느 시골 국민학교를 무대로 우화적으로 펼쳐보이는 이 영화는 빈곤이 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던 시절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의 명문학교를 다니다 공무원인 아버지의 좌천으로 시골 학교에 전학간 한병태.
그는 전학간 첫날부터 무소 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반장 엄석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그는 엄석대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지만 급우들의 외면으로 더욱 고립된다. 결국 그는 반항을 포기하고 엄석대의 권력아래 달콤한 굴종을 누리게 된다.
무너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엄석대의 아성은 그러나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종말을 맞게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의 사회상황을 암시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두드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