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원인이 50%-성 기능 장애-부부 사이 신뢰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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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이 종족 보존이란 지상 과제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정착하게된 것은 충분한 영양 섭취가 가능해진 농경이 시작되면서부터 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 섹스라는 조사 결과가 국내인들에게 거리낌없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유교 문화에 젖어 성을 터부시해온 우리에게도 성의 개방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각종 스트레스와 사고·만성질환 등의 증가로 성 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남성들도 또한 늘어가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성 기능 장애인 발기부전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속속 설립중인 남성 클리닉의 최근 현황과 치료 동향에 대해 알아본다.
◇정신적 원인=전체 발기부 전환자의 절반 이상은 정신적 원인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정동철 한양대 외래 교수 (신경정신과)는 『자연스러워야할 부부 행위가 마치 무대 위에서 완전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상대편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는 부부 행위에서만큼은 약간 이기적인 것이 치료에 좋다』고 충고했다.
성은 자율 신경에 의해 조절되며 정신과 신체가 함께 관여해 정교하게 이뤄지는데 무조건 자신에게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과도한 스트레스는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저하시킴은 물론 음경으로 가는 혈관을 수축시켜 발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음주·흡연 역시 악영향을 미치므로 피해야한다.
부부 사이의 갈등과 같은 2차적인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도 있지만 남성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에게 갖게 되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도 원인. 이는 어머니와 배우자를 동일시해 성행위 중 죄의식을 느끼는 무의식적인 갈등으로, 발기부전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
정 교수는 『섹스는 부부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주요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권고 했다.
정신적 원인에 의한 성 기능 장애에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묘약이며 이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신체적 원인=실제로 신체에 어떤 결함이 있어 생기는 성 기능 장애를 의미하며 최근 비뇨기과적 진단기법의 발달로 과거 정신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많은 부분이 신체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혈관과 신경 계통의 장애 때문에 발기부전을 일으키게 되며 혈압 강하제나 위궤양 약으로 흔히 쓰이는 시메티딘제제 역시 장기 복용시 발기부전을 일으키게 된다. 사고나 수술시 신경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경우는 혈관계 장애에 의한 것으로 이는 정상적인 발기 과정에서처럼 음경으로 들어가는 동맥의 확장이 안되는 동맥성장애와 정맥의 차단이 불가능한 정맥성장애로 나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백재승 교수 (비뇨기과)는 『최근 6개월 동안의 부부 생활 중 50%이상 발기부전으로 부부 행위가 되지 않을 때는 먼저 신체적 원인 때문 인지의 여부부터 알아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는 인공 발기 유발 검사와 복합 초음파 촬영술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혈관계장애로 인한 발기부전의 치료로는 파파베린과 같은 약제의 음경내 주사 요법과 음경 진공 흡입기와 같은 기구를 써서 부부 행위시마다 발기를 유발하는 방법을 주로 쓰며 경우에 따라 음경 미세 혈관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법으로도 효과가 없는 경우엔 음경 내 보형물을 삽입하는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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