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남녀차별」 개선 박차/「고용평등법」 따른 행정지도에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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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 취업규칙 마련 서둘러/「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싸고 고심도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취업규칙상의 남녀차별조항 개정문제가 재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는 87년 제정된 이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있던 남녀고용평등법을 앞으로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국영기업체·금융기관에 이어 올 9월부터는 5백명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행정지도를 벌일 방침이다.
이에따라 해당 기업들은 남녀차별조항의 개선작업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졸 신입사원을 3급을과 3급여을로 구분해 오던 것을 폐지하는 한편 그룹차원의 새로운 취업규칙을 만들어 올해말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선경그룹은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들이 잇따라 회의를 가지면서 취업규칙에 남녀차별조항을 빼고 육아휴직 등 새로운 규정들을 넣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대·대우·럭키금성 등 대우그룹들은 차제에 능력주의 등전반적인 인사체계의 개선방안을 계열사별로 검토중이다.
그러나 각 기업 실무자들은 관련 제도가 정비가 말처럼 쉽지않다는 반응이다. 우선 남녀고용평등법의 기본취지인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원칙의 모호성이다. 이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양과 질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이 따라야 하는데 이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어수봉박사는 『남녀 고용평등은 궁긍적으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뒤 『그러나 이를 법제도라는 강제력으로 접근하다보니 임금차별이 직종차별로 전환되고 기존 여성근로자 대우는 나아져도 신규채용이 제한되는 등 시장의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방향이 우선은 여성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점차적으로 동등대우 확보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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