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황” 사 “올것이 왔다”/긴급조정권 발동된 「현대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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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찰 사태악화 대비 공권력투입 준비 착수/노조 강경­온건파 이견 기자회견 40분연기
현대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방침이 전해지자 노조측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으며 사측은 『올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양쪽 모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노동부와 검찰 등도 국내 노사분규사상 처음인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른 사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특히 노조간의 절충가능성이 희박해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임에따라 경남경찰청은 대규모 병력동원계획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20일 노사관계장관회의가 끝난후 지원훈 총리공보비서관은 『대기업의 노사분규가 장기화되고 전면 파업에 이르게되면 국민경제에 돌아킬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면서 『회의 참석자들은 우리경제가 회복불능의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의 같이했다』고 말했다.
○…민자당은 노사 자율협상으로 사태가 해결되길 바랐던 기대가 무너진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정치권의 개입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
강재섭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노사간 자율협상이 원칙이지만 안될 경우 법절차에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당으로서는 이러쿵 저러쿵 할 사안이 아니다』고 신중한 태도.
○…민주당은 긴급조정권 발동 결정에 반대하고 노사 자율해결을 위한 정부의 조정역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당노동특위 위원장인 김말용의원 이름으로 발표하고 이에 앞서 1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반대입장을 확인.
민주당은 『긴급조정권이 5,6공때도 없었던 극약처방』이라면서 이번에 실제 긴급 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새 정부가 내세운 노동개혁정책의 후퇴라고 규정,당내 「현대노사분규 진상조사단」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
○…당초 20일 오전 9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던 현대자동차 노조는 내부적으로 의견조정에 시간이 걸려 기자회견이 40여분간 연기되는 등 진통.
이날 기자회견을 앞둔 간부회의는 정부의 강경방침에 맞서 21일부터 곧장 전면파업에 들어가자는 강경론과 20일동안의 여유가 있으므로 좀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온건론이 팽팽히 맞선 끝에 그동안 주장해온 인사위원회 노사동수 구성문제와 주간근로시간 등에 다소 양보를 하는 수정안을 만든뒤 협상을 계속하자는 온건대응쪽으로 최종결정.
노조측은 그러나 일단 수정안을 갖고 협상을 계속하되 노동부나 검찰 등의 대응자세를 봐가며 자신들도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표하고 있어 사태의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노동부는 이 장관이 긴급조정 결정을 발표하기 전날인 19일 밤 노사정책실 등 관련부서직원 50여명이 밤을 꼬박 새며 울산 현대자동차 노사협상 상황을 지켜보는 등 긴장된 분위기.
노동부 간부들은 노사협상이 우여곡절을 거치며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나자 『이제 더이상 기다릴수 없다』 『노동부도 노사자율협상을 위해 할만큼 다했다』며 긴급조정 결정이 입박했음을 시사.
한 관계자는 『노사간의 극한대립이 단순한 단체협약 협상 때문이 아니고 제3자 개입으로 인한 불순한 의도로 이뤄진 상황에서 달리 대안은 없다』며 긴급조정결정의 배경을 강조.
○…노동부가 긴급조정 방침을 굳힌 19일 오전부터 울산시장실에는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수차례 걸려오는 등 정치권의 긴장된 분위기가 전해오기 시작.
주로 경남도를 통해 상황을 보고받던 청와대 내무행정비서실측은 이날부터 울산시장실로 곧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고 자료를 요청하는 바람에 울산시도 바짝 긴장.
이 때문에 울산시에 설치된 현대사태 상황실은 경남도,내무부,청와대 등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상황을 확인하느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
○…경남경찰청은 긴급조정권이 발동되고 난뒤 노조가 쟁의행위를 계속할 경우 경찰병력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병력 동원계획을 경찰청과 협의하느라 분주한 모습.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규수습을 위해 동원된 경찰병력들이 행정기관과 회사측으로부터 음양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문민정부 아래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숙식에 관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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