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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국방 도덕성에 “상처”/「율곡」관련 동생의 금품수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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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용증 없어 「빌린돈」 해명궁색/청와대 “군지휘권 확립 큰 걱정”
권영해 국방장관 동생이 무기거래상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것은 커다란 의혹과 파문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검찰이 조사해보면 권 장관이 직접 관련됐는지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친동생이 뇌물성 자금을 챙겼다는 것은 구차한 이유 설명없이 국방장관으로서의 권위·도덕성에 상처를 입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권 장관이 무관하기 때문에 장관이라고 해서 어떻게 동생일까지 책임지느냐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사회통념상 설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감사원 입장난처
이 때문에 청와대는 물론 군을 잘아는 사람들은 권 장관의 군지휘권행사를 심히 우려하면서 진상에 더욱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이 수상스런 사건이 뒤늦게 드러남에 따라 이를 국민에게 미리 공개하지 않았던 이회창 감사원장과 감사원의 처지는 아주 난처하게 됐다. 감사원은 『권 장관과는 아무 관련이 없지 않느냐』고 강변하고 있지만 권 장관의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난 의혹사건을 왜 깔아뭉갰느냐에는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6월중순 학산실업(대표 정의승)의 예금계좌를 추적하다 5천만원이 권정호씨에게 흘러간 사실을 발견했다(어떤 관계자는 권씨계좌를 뒤지다 돈이 드러났다고도 했다).
학산의 정씨와 권씨는 6월20일∼월말 사이에 각각 감사원에 소환됐다. 두 사람은 5천만원이 빌려주고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서로 모르던 양인을 지난해 10월께 중간에서 소개해온 식품위탁 판매업체 Y상사의 K모상무에게도 경위를 확인했다.
양인은 그후 몇차례 만났으며 그해 11월 권씨가 사업자금이 달려 정씨에게 5천만원을 빌렸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진술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주요 무기거래업체인 학산의 정 사장은 로비의 한 방법으로 권 장관 동생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뇌물커넥션 의혹이 있음을 시사했다.
더욱이 양인은 채무관계라고 하지만 차용증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누가봐도 채무라기 보다는 뇌물로 볼만했다. 그래서 감사원은 4천만원의 행방을 뒤쫓고 권 장관의 예금계좌를 추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돈은 권 장관에게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감사원은 그돈이 권씨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였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7월6일 권 장관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이 부분을 물었다.
권 장관은 『5월초 둥생이 그 돈을 되돌려준 뒤 나를 찾아와 「잘못했다」며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권 장관의 차관 재직시절 동생업체가 군납업체로 지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권씨가 형의 직위를 업고 돈을 받았는지,아니면 정말 순수한 사업자금으로 빌렸는지 감사력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어 관련자료 일체를 검찰에 넘겨주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권 장관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조사했으며 비리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성역없는 감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권 장관의 호적초본을 떼 부인·자녀·동생과 가까운 친인척의 예금계좌를 추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부인·자녀명의 계좌만 들여다 보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왜 이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권 장관과 관련됐다는 혐의가 드러난 것도 아니고,당사자들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는데 발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바로 아래서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국방장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의혹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해명에는 궁색한 구석이 눈에 띈다.
이 원장은 기자회견과 국회 답변을 통해 국민에게 『권 장관은 예상외로 깨끗했다』는 요지의 옹호론을 수없이 반복했었는데 이때 이미 감사원 자료더미속에는 「동생 5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확인 못한채 의뢰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상황에서 국방장관 동생이 5천만원의 뇌물성 자금을 받았다면 이 원장은 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린후 검찰로 하여금 사실관계를 파악토록 하는 것이 옳았다.
더구나 검사 뺨치는 감사관들이 그돈이 뇌물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차용증이 없었고 둘째,사업자금으로 사용된 흔적이 없는 등의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산실업은 국내 최대 무기상으로 이미 김철우(수억원),김종호(5천만원) 전 해군 참모총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산 정 사장­권씨 사이의 커넥션에 대한 추적은 당연하고도 쉬운 일이다.
학산사장 정씨는 예비역 해군소령(해사 17기)이며 학산은 천문학적 액수의 해군구축함 도입을 중개하는 실적을 올렸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권 장관의 거취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진상에 조심스럽게 접근 하면서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군조직의 생리상 지휘권이 제대로 확인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생의 비리의혹」에 대해 권 장관이 도의적 책임을 어떻게 질지는 더욱 초미의 관심사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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