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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원·안성규특파원 소말리아 한국군 탐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본대 도착전 숙영지 완공” 구슬땀/장비 속속도착… 9천평 정지한창/기자 피살로 “긴장감” 경계 강화/한낮 최고 27℃… 큰 어려움 없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13일 오전 6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동쪽 40㎞ 발라르내 평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우리나라 공병대 60명의 우렁찬 애국가가 새벽의 고요를 갈랐다.
도수체조·복장검사에 이어 선발대장 정장수소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어제까지 모가디슈항에서의 장비·물자 하역작업이 60% 끝났다. 적어도 15일까지는 마쳐야 한다. 어젯밤 모가디슈 인근에서 서방기자 2명이 원주민에게 피살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동시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예,알겠습니다.』
소말리아에 첫발을 디딘후 계속돼온 상록수부대 선발대의 어김없는 새벽점호.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자 장병 절반가량은 인근 숙영예정지의 텐트칠 땅 고르기에 나섰고,나머지는 모가디슈로 트럭을 몰았다.
○선발부대 30일 도착
상록수부대 선발대가 모가디슈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30일 새벽.
대한항공 DC­10기로 29일 오후 10시 서울공항을 출발한지 14시간 만이다.
선발대는 도착 즉시 소말리아 PKO본부(UNOSOM Ⅱ) 트럭·버스에 편승,이곳에서 활동중인 이탈리아군 여단본부의 숙영지에 합류해 상록수부대 막영지에 태극기·부대기를 꽂았다.
여장을 풀자마자 선발대는 바로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제일 큰 임무는 본대가 도착할때까지 9천여평의 상록수부대 숙영지를 마련하는 일.
7일 PKO에 필요한 장비·물자가 모가디슈항에 도착할 때까지 선발대는 대지에 솟아난 관목을 없애고 땅고르기를 하느라 비지땀을 쏟았다.
다행히 한낮의 기온이 섭씨 27도 안팎이어서 강행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 숙영지 정지작업은 거의 마무리돼 본대가 도착하는 22일전에는 상록수부대의 보금자리가 마련될 전망이다.
선발대는 이밖에 지휘통제용 위성통신망(INMARSAT)을 구축,한국의 합참 상황실과 연락할 수 있는 통화체계도 갖췄다.
위성통신망을 설치한 이후 합참과 연락하는 횟수는 하루 4차례.
○합참과 매일 4회 통화
매일 오전 2시·8시,오후 2시·8시 전화로 숙영지 준비상황 및 현지정세에 대한 보고를 하고 지시도 받는다.
숙영준비 다음으로 선발대의 가장 큰 임무는 장비·물자수송.
당초 예정보다 사흘정도 늦은 7일 오후 트럭·포클레인·페이로다 등 모두 62만점의 크고 작은 장비를 실은 에버모어 클리어(EVERMORE CLEAR)호가 모가디슈항에 닻을 내렸다.
기항직후 트럭이 모가디슈·발라드를 매일 수십번 오갔지만 13일 현재 약 60%밖에 옮기지 못했다.
○본격활동 9월부터
정 소령은 『본대가 오는 22일 도착해도 부대시설 공사로 본격적인 PKO활동은 9월께에야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장병들의 식단은 한식 한끼와 UNOSOM Ⅱ에서 제공하는 표준식사인 C­레인션 두끼로 돼있다.
발라드의 인구는 2천여명 내외. 그래도 생활수준은 다른 오지보다 나은 편이다.
상공에서 보면 유목생활을 통한 부족단위 공동체생활을 알려주는 버섯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다.
기온은 4∼6월의 우기(GU)가 끝나고 7∼9월의 건기(HAGGAI)에 접어들었는데도 새벽녘에는 다소 선선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따금 선발대가 묶는 이탈리아군 숙영지로 와서 함께 기념촬영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선발대 장병들의 마음속엔 언제나 보람과 애틋함이 교차한다.
그러면서 장병들은 본대가 들어와 유엔군의 깃발아래 본져걱인 평화의 삽을 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모가디슈와 벨라드웬간 3백50㎞의 도로작업에 하루 빨리 한국군의 혼과 땀을 심고 싶은 것이다.
선발대가 가장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역시 내전격화에 따른 경제문제.
지금은 이탈리아군 영내에 있는만큼 이탈리아군이 경계업무를 맡고있다.
본대가 도착,부지 9천평 주위에 3중 철조망 및 방호망 구축작업에 들어가면 자체경비를 서게 된다.
장병들의 위생문제도 걱정거리의 하나이기는 하다.
본국에서 파상풍·말라리아 등에 대한 예방접종과 투약을 하고 온데다 수입생수를 식수로 쓰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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