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신경영」 안간힘/자율·개방화대비 “살아남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고객 찾아가기·불만사례 책자 배포/부실여신 줄이고 내부단결도 강조
은행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자율화·개방화로 가는 마당에 그전 방식으로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속에서 살아나기 어렵다는 인식아래 은행마다 경영혁신팀을 구성하는 등 「신경영」에 열심이다.
우선 모든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이른바 고객만족경영이다. 외환은행은 최근 고객들의 은행에 대한 생생한 불만사례를 묶어 책을 만들어 뿌렸다. 또 은행 입장에서 현찰매도율·현찰매입률로 30년 가깝게 써 온 외환시세표 용어를 고객의 입장에서 현찰로 살 때와 팔 때로 고쳤다.
경남은행은 91년부터 「백합텔러」제도를 도입,친절한 창구업무를 강조해오고 있다. 최근 모범 백합텔러 22명을 일본에 연수시켰으며,2000년까지 모든 창구직원을 백합텔러화 한다는 전략이다.
또 은행들은 이제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국민은행은 10일부터 경포대 해수욕장에 해변이동 은행을 열었다. 8천만원을 들여 만든 특수 대형버스안에 온라인 단말기·현금자동지급기(CD) 등을 설치하고 직원도 4명 나가 한달동안 운영한다. 앞으로도 가을에는 설악산,겨울에는 용평스키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이면 이 이동은행을 파견할 계획이며 조흥은행도 설악산주변 5개 콘도에 CD를 설치했다.
한양사태로 상업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은행계는 부실여건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시중은행중 부실여신이 가장 많은 서울신탁은행은 여신기획부 안에 여신감리실과 부실여신관리대책위원회를 신설해 연체대출금과 부실여신을 총괄,회수대책을 강구토록 했다. 이 은행은 앞으로 부실여신을 지점별로만 관리하지 않고 지점장 개인별로도 관리해 지점을 옮기더라도 책임지도록 해 인사에 반영키로 했다.
세상이 바뀌자 은행장과 임원들도 과거와 같은 로비성 활동보다는 직원들과의 대화 등 내부 단결의식 고취에 신경쓰고 있다. 한때 노조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던 서울신탁은행은 조직하부로부터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8일 청년이사회를 구성했다. 5년이상 근무한 대리·행원 15명을 여섯달동안 청년이사로 임명,여러가지 문제를 토의해 행장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며 행장은 이를 적극 수용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산업·중소기업·조흥·광주은행에서는 이미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러 군데에서 모인 직원들로 문을 연 평화은행은 서로 힘을 합쳐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용광로」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달부터는 영업점마다 4∼5명씩 그룹별로 일도 하고 친목도 꾀하는 소그룹운동을 펴고 있다.<심재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