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형술 넘버원" 연수 참가한 대만의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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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9일 서울 서초동의 한 성형외과. 열명의 '외국 수련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코 삽입용 실리콘을 깎는 기술을 익히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곧이어 성형수술 참관 시간. 다섯명은 수술실에서 수술과정을 지켜봤고, 나머지는 강의실에서 원격 중계되는 수술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성형술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대만 성형외과 의사들.

"지금까지는 의료기술을 해외에 나가 배웠지만 이제는 외국 의사들이 한수 배우러 들어와요." 한국을 찾은 대만 의사들에게 성형술을 가르치는 '심미안클리닉' 정동학(鄭東學.47)원장은 뿌듯해했다.

그가 외국 의사를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국제미용외과학술대회가 계기가 됐다. 논문 발표 후 "한국에 가서 직접 수술기법을 익힐 수 없느냐"는 외국 의사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인하대병원 교수 출신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면서도 코 성형수술만 고집해 이를 특화한 인물. 2002년 개원하면서 국내 의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미 1백70명을 배출했기 때문에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대만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첫 과정은 지난 7일부터 4일간 진행됐다. 연수생들의 출신도 개원의부터 교수.봉직의사(월급받는 의사) 등 다양했다. 鄭원장은 "개인당 2천달러씩 연수비를 받았지만 경쟁이 치열했다"며 "당초에는 올해 네차례 정도 연수과정을 열려고 했으나 더 늘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수프로그램은 이미 2회까지 등록이 끝난 상태.

한국의 성형술이 동남아에 알려진 데는 한국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국제학회에 참석해 성형술을 선전한 데다 때마침 불어온 '한류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대만 의사들을 모집해 참가한 쉬(徐)성형외과 쉬디엔 윙(53)원장은 "채림이나 송혜교 같은 한국 탤런트들이 TV로 소개된 뒤 대만에 성형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교육에 대한 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차이나의대병원 성형외과 샤오룽 첸(47)교수는 "수술기법이 다양하고 체계화돼 한국의 성형수술 수준이 일본보다 높다"며 "현재 대만에서 단순하게 코를 높이는 수술비용은 1백20만원 정도지만, 연수교육을 받은 뒤 난이도 높은 코수술을 하면 2백50만~3백만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鄭원장은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우리의 강점인 손기술을 이용한 성형분야를 국제 상품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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