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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로 늘어난 단독회담 시간/클린턴 미 대통령 방한 첫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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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랜지기처럼 양국현안 숙의/클린턴 국회연설앞서 김 대통령에게 의견구해/환영만찬 식단 신선로·구절판등 한식으로 꾸며
▷클린턴 도착◁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 서울 공항에 도착,한승주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한 역대 미국 대통령 6명이 모두 국빈으로 방문했던 것과는 달리 실무방문한 클린턴 대통령은 공식 환영행사가 전혀 없이 곧바로 검정색 리무진을 타고 청와대로 직행했다.
클린턴 대통령 내외는 오후 2시42분 청와대 본관 현관에 도착,기다리고 있던 김영삼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고 서로 첫 인사를 나눈후 1층 계단에 서서 기념촬영.
▷정상회담장◁
양국 정상은 곧 바로 본관 2층 접견실에서 단독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시작된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단독정상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30분을 훨씬 초과해 3시40분까지 무려 55분동안이나 진행.
이 바람에 뒤이어 열린 확대정상회담의 시간이 당초보다 크게 줄어 불과 25분밖에 진행되지 못했는데 이때문에 확대정상회담에서는 양국정상이 배석자들을 소개한뒤 단독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는데 그쳤다고 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이 전언.
○“G7 성공” 축하
정 수석은 단독 정상회담 내용 및 분위기에 대해 『두분이 오랜 지기처럼 솔직하게 양국의 현안과 한미관계의 장래에 대한 비전이라든가,동북아질서 구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설명.
정 수석은 『특기할말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이 10일 오전 1시까지 미야자와 일본총리와 양국의 경제현안을 논의했으며 일본도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한데 대해 김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도록 클린턴 대통령이 적극적 지도력을 발휘한데 대해 치하했다』고 소개.
또 이날 단독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강화하고 아­태지역 민주발전에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 수석이 전언.
정 수석은 이어 『두 정상이 단독회담 거의 절반을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데 할애했다』고 말하고 『김 대통령은 앞으로 미­북한 접촉에 있어 IAEA 사찰을 중심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질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부연.
특히 회담끝무렵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서 양국관계의 성숙한 모습과 안보 경제 등 제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의 모습을 보여달라』며 미국 방문을 요청하면서 『김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민주주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
이에대해 김 대통령은 『시기는 말할수 없지만 가급적 바른 시일내에 미국을 방문하게 될것』이라고 답 했다고 정 수석이 소개.
한편 단독정상회담이 끝난뒤 클린턴 대통령은 『이제 국회연설을 하러가야하는데 김 대통령께서 국회 연설의 경험이 많으니 자문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대해 김 대통령은 웃으며 자신을 9선의원이라고 소개한뒤 클린턴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국회의원 뿐만아니라 우리국민 모두 아주 좋아하고 높이 평가할 것으로 본다고 화답.
▷클린턴 국회연설◁
클린턴 대통령은 10일 오후 국회를 방문,연설하기에 앞서 의장접견실에서 이만섭 국회의장과 김종필 민자당·이기택 민주당대표,황낙주·허경만 국회부의장,김영구 민자·김태식 민주당 총무,정재문 국회 외무통일위원장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뒤 20여분간 환담.
○쌀개방반대 전달
이 의장은 『취임연설문중 「변화를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들자」는 구절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내가 한 연설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들 잊었는데 의장께서는 기억해 주셨다』고 조크로 응답,웃음이 터졌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오는 14일의 미­북한회담때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줄것과 한국의 입장에서 쌀개방이 어렵다는 점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
클린턴 대통령은 오후 5시20분쯤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이 의장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의장석앞에 앉아 대기. 이 의장은 환영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한미 양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식견으로 우리의 가슴을 채워줄 것으로 믿는다』고 격찬한뒤 이어 『지혜와 역량과 아름다움으로 새 시대의 영부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사를 소개한다』며 힐러리여사를 소개.
클린턴 대통령은 25분간의 국회연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어진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조금도 약화되지 않았다』 『한국이 원하는 한 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천명해 여러차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김영삼대통령의 민주화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의 지구력은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칭찬하며 연설을 마무리. 한편 이규택의원(민주) 등 야당의 농림수산위 소속의원 10명은 이날 본회의장의 자기 자리에 한국어와 영어로 「쌀개방 절대반대」라고 쓰인 종이팻말을 놓고 침묵시위해 눈길.
▷환영만찬◁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 내외를 위해 10일 저녁 청와대 본관에서 베푼 공식만찬은 저녁 8시에 시작돼 10시까지 계속.
김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클린턴 대통령 내외의 방한에 환영의 뜻을 거듭 표한뒤 『각하의 이번 한국방문은 민주주의와 개방경제,그리고 지역평화를 함께 추구하는 우리 두나라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미국의 대한안보협력은 매우 값진 투자였음을 오늘의 발전된 한국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
○…클린턴 대통령은 답사에서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을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하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기 쉽지 않을때 용기있는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다』며 김 대통령의 민주화 공적을 치하.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 봄이 오고 있다고 말씀하셨고 나도 취임사에서 희망의 새 봄이 들어섰다고 말했었다』고 친근감을 표시한 뒤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통일 그리고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건배를 들자』고 제의.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새 정부 출범후 간소해진 의전절차에 따라 평복정장,식사메뉴는 밥과 국에다 신선로·구절판·호박죽·잣죽·전 등으로 식단이 꾸며졌다.<김현일·김진국·노재현·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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