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여 영원…』 박동실『열사가』-판소리 창작·복원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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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선조 대표적 민간음악인 판소리의 창작작업이 활발하다. 판소리는 19세기말 신재효가 정리한『판소리 여섯 마당』 이후 이렇다할 변화나 새 창작품들이 없어 화석화된 채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국악장르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신재효 이후 창작 판소리로는 효시 격인『숙영낭자전』(장정렬·30년대 작), 박동진씨의 『이순신 전』(73년작) 등이 있었으나 전통 판소리를 계승·발전시키는데는 미흡했다는게 중평이었다.
그러다 영화 『서편제』이후 판소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악인들이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창작·복원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월북한 남도소리의 대부 박동실의 작품 『열사가』(『사기』 『역사가』라고도 불린다)가 그의 전수자들에 의해 음반으로 녹음돼 다시 빛을 보게 뵀다. 명창 김소희씨의 스승이며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는 박동실의『열사가』는 이준·윤봉길·안중근·유관순 등 항일 의·열사들을 소재로 우리 민족의 드높은 의기를 표현한 작품.
해방직후 작곡된 『열사가』는 당시 국내의 명창 치고 거의 부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 노래는 50년대까지만 해도 그의 제자들이 어렵게 전수해오다 최근 들어서는 무관심 속에 작품자체가 유실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열사가』가 박동실의 조카 박종선씨(국립국악원), 박동실의 전수제자 장월중선의 딸 정순임씨(국립창극단), 이성근씨(전북도립 국악원 )등에 의해 원작자의 전수품으로 녹음된 뒤 8·15를 전후, 신나라 레코드를 통해 음반으로 나온다.
신나라 레코드는 이와 함께「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시들을 모아 판소리로 창작하고 이를 음반으로 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그날이여 영원 하라-판소리 5월 광주』라는 제목을 가진 이 판소리에는 준 인간문화재 정철호씨의 감독아래 대가 급인 조상현·안숙선·김수연씨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생강(대금)·윤윤석.(아쟁)씨 등도 반주에 참가하고 있다.
또 최근 임진택씨(민예총사무총장)는 시인 김지하의『오적』등 담시를 판소리로 만들어 출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판소리 『오적』 『열사가』 『그날이여 영원하라-판소리 5월 광주』등은 근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판소리의 화석화를 막고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판소리를 단순히 고전작품으로만 여겨 이에 아무런 변화나 발전을 가함이 없이 생명력을 잃게 하는 것이 우리 국악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정판소리의 복원 및 창작작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고유의 미학이 꽃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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