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구원투수 … 대선 공정하게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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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에서 여야가 모두 신뢰할 수 있게 법을 집행하겠다."

8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성진(67.사진) 국가청렴위원장은 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단기적 성과를 창출하거나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법 집행의 공정성을 지켜 (선거 관리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내년 2월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7개월간 한시적으로 법무장관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짧은 기간이지만 대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는 "야구로 치면 투수코치로 물러난 사람에게 감독(임명권자)이 9회 말에 구원투수로 나가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장관직 수락 과정의 고민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공직자로서 도리와 의무감 때문에 수락하게 됐다"며 "(지위를)누리는 자리였다면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김성호 장관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고 검찰의 후배들이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고 덧붙였다.

정 내정자는 대선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고교(경북고) 동문이어서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한다고 하자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모든 일에 공과 사를 구분해 왔다"고 일축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교체를 반대해 온 야당의 공격적인 검증을 넘어야 한다.

정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으로 2004년 8월부터 국가청렴위원장을 지냈지만 '정치적 색깔'을 내비친 적이 없다. 과도기의 선거 관리 장관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무엇보다 강조해 온 분이기 때문에 야당도 흠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 대검 중수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당시 처음 도입된 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인의 상속 재산이 많은 게 논란이 되자 자진 사퇴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단순히 상속 재산이 많다고 사퇴를 하게 됐다"는 동정 여론이 많았다.

정 내정자는 9일 오전 청렴위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10일부터는 경기도 평촌의 법무부 별관으로 출근해 박영렬 청문회준비단장 등 10여 명의 검사들과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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