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 시민운동」 영역넓혀/오늘 출범 4돌 맞는 경실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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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민의 삶” 문제제기 「침묵하는 다수」 흡수/전국 14개지부 회원 만2천명으로 급성장
경제정의와 민주화 실현을 표방하며 시민운동의 새장을 연 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연합(경실련)이 8일 출범4돌을 맞는다.
출범 초기만해도 정부로부터는 「온건·개혁으로 위장한 문제집단」,재야에서는 「본격적인 변혁운동의 김을 빼는 개량주의 집단」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경실련은 이제 양측 모두에 영향력있는 거대 시민운동 등 단체로 발전했다.
조직규모로만 보아도 89년 5명의 실무자로 출발했던 경실련은 이제 46명의 실무 간사와 2백50여명에 이르는 대학교수급 연구원,전국 14개 지부 1만2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조직이 되었다.
경실련의 이같은 성장은 우리사회에 「침묵하는 다수」로 표현되는 「양심적 보수세력」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존재하며 경실련측이 이들의 목소리를 비판적 대안이라는 형태로 끌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87년 민주화 투쟁이후 우리사회가 민주화 과정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재야단체들이 보여준 극한 대립의 정치투쟁 방식보다 온건한 개혁노선을 선택,「양심적 보수세력의 개혁화」라는 본격적 시민운동의 새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이에따라 경실련은 전·월세 폭등,부동산 투기 등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현실문제에 임대료인상 규제입법운동,주택임대차법 개정운동,경제부정 고발센터 설치 등으로 실천적 해결을 주도했다.
이밖에 한은법개정,금융실명제 유보,이문옥 감사관·이지문중위 구속 등 사회경제적 현안에 대안을 제시해왔고 공선협 활동은 큰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4돌을 맞은 경실련은 아직도 운영방식이 지나치게 실무자 중심인데다 전문지식과 통일적 연관성 없이 이것 저것 백화점식 언급에 머무르고 있거나 회원세력이 조직화 되지 못해 대중동원을 통한 실천력에 문제가 있는 한계를 갖고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이후 경실련측 인사들이 새정부 정책결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점차 순수성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재야 세력의 곱지않은 눈을 의식해 비판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도 맞고있다.
이에따라 경실련은 새 정부의 개혁이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 「국민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제도개혁 및 행정쇄신을 위한 시민참여운동(만민공동회)을 개최하거나 경제계혁 촉구대회를 주도하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중요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창립 4돌을 맞은 경실련은 시류에 관계없이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세력으로 의미있는 시민운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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