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내각” 여야 한목소리/국회 대정부질문 이번엔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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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따질건 따진다” 5월 국회완 딴판/저질질문·책임회피 답변은 여전
6일까지 사흘간 열린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비교적 활기있게 따질 것은 따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임시국회의 질문양상과는 차이가 두드러졌다.
민자당은 정치권 전반의 적극적인 개혁동참을 호소하고,민주당은 법·제도에 의한 개혁과 과거청산을 요구하는데 주력한 것이 5월 국회의 주조였다. 재산공개 파동으로 여아가 모두 얼어붙은데다 야당은 4·23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는 문민정부 출범을 자축하던 화려한 나팔소리가 어느정도 가시고 사정바람도 정치권과 일정한 간격이 생긴 시점이라 국회도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개혁의지 못읽어
이 과정에서 특히 황인성내각이 집중타를 맞았다. 여야의원을 가리지 않고 내각의 수동적인 자세를 꼬집어 국정수행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현 내각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강삼재·민자) 『개혁과정에서 빚어졌던 정부내 불협화음과 부처이기주의,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김한규의원·민자) 『총리와 장관은 새로운 시대,새로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현 정부의 역사적 소명을 잘 모르는 것같다』(이해찬의원·민주)는 지적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황인성총리가 12·12에 대한 재답변을 요구하는 민주당 및 국회의장과 이에 항의하는 여당총무 사이에 끼여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일부 국무위원들의 답변내용에도 문제는 있었다. 의료보험조합의 임금문제를 둘러싼 파문에 대해 『예산이 없어 그렇다. 국회의원 여러분께서 예산문제를 선처해 달라』(송정숙 보사부장관)는 수수방관식의 답변이 나왔다. 몇몇 국무위원은 『나중에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현장모면 위주의 대답을 남발하다 급기야 『한심하다. 국무위원들이 개혁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이해찬의원)는 독설을 자초하기도 했다.
○의장도 제몫찾기
황 총리의 수난에는 이만섭 국회의장의 「의장 위상회복」 작업도 가세했다.
이 의장은 여야의 틈바구니에서 마치 여당 총무단의 일원인양 인식됐던 국회의장의 제몫을 이번 기회에 되찾기로 작심한 것같다. 때문에 행정부의 수장을 면전에서 삿대질한 행위가 지나쳤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의 노력은 입법부의 근본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장에게 고함치고 부총무(이성호·민자)를 발언대에 내세워 의사진행과정을 비판한 민자당쪽의 행태가 더 구태에 가깝게 비친 게 사실이다.
내각의 자세에 대한 여야의 비판외에 한·양약분쟁,현대노사분규 등 시급한 현안과 군특수부대 테러사건·전직대통령조사·환수재산파문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대부분 문제제기 차원의 질문·답변으로 일관해 7일부터 시작되는 개별상임위로 공이 넘어갔다.
경제분야에서는 신경제 5개년계획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 민주당이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으나 정부는 일단 시행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비판해 달라는 태도. 금융실명제에 대해 야당은 『즉각 실시하거나 최소한 실시일정이라도 내놓아라』고 한 반면 민자당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1단계 조치는 가급적 조기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취임후 이런저런 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일부 각료들은 정치권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우선 공손한 답변태도를 보임으로써 쓸데없이 의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무노동 부분임금 파문을 겪었던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합리적인 원칙이 확정될 때까지는 현재의 관행(무노동 무임금정책)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돌출장관」이라는 시비가 재연될 소지를 남기지 않으려 애썼다.
○윤리위 첫 맞제소
정부를 공격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여야 의원들끼리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되풀이했다. 「한방에 보낸다」 「정서불안 노인의 망발」로 대표되는 저질발언과 의사당에서의 발언방해·인신공격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심형식(민자)·이부영(민주)의원에 대한 윤리위 맞제소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윤리특위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 일어난 제소였다.
6일 저녁 본회의를 마치면서 황 총리는 『국무위원을 개혁의 대상이라고까지 말한 것은 가슴아프게 받아 들이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흘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국회의장도 『의사진행 과정의 혼선은 민주국회상을 정립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었다』고 나름대로 평가를 남겼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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