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선도대상 받은 「출감자의 대부」 송익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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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둠의 삶」 836명 불빛되어…/21년간 고락 함께하며 갱생/전과 15범이 어엿한 가장으로/“쌀 한톨만한 온정이면 재범 유혹에 안빠져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건강이 허락할때까지 출소자들의 새 삶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2일 중앙일보사·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제4회 보호선도대상 대상을 받은 송익환씨(63·운송업·전북 이리시 중앙동 3가)의 주름살 팬 얼굴엔 웃음이 활짝 피었다.
동료 갱생보호위원들도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날들이 머리를 스치는듯 그의 손을 꽉 잡은채 감회에 젖었고,송씨는 이 영예를 이리시보호구의 동료들에게 돌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전과자 뒷바라지를 하는데 바쳐온 지난 21년은 어려움의 나날이었다.
○시장상인 영수증 모아
77년부터 3년간 이리시내 상인을 상대로 18만장의 영수증을 모아 마련한 1백40만원으로 출소자 29명에게 생업자금을 지원한것을 비롯,80년엔 아예 사비로 이리시 중앙동에 갱생보호사업을 위한 개인사무실을 차려놓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출소자에게 재활·취업알선 상담을 해왔다.
지금까지 그가 생업자금을 대주고 직업훈련을 시키거나 취업을 알선해 재범의 유혹으로부터 구해낸 출소자만도 8백36명에 이르고 있다.
그가 이같은 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72년 갱생보호원이었던 사촌형 송덕환씨(70)로부터 경험담을 들은 일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연탄과 운송업으로 돈을 번 송씨는 『이렇게 사는게 다시 아닌데…』하는 공허감과 함께 무엇인가 사회에 보탬이 될 일을 찾던 중이었다.
○기업인 6명 적극 지원
혼자서 이리지역 갱생보호사업에 뛰어든 그는 76년 6월 마침내 뜻을 같이하는 중소기업인 6명을 만나 본격적인 선도·갱생보호 활동에 나섰다.
그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유대를 맺었던 8백여명의 출소자 가운데 전과15범인 김모씨와 도박전과 4범이었던 정모씨는 특히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다. 철들자마자 제일 먼저 배운 것이 도둑질이었을 만큼 40평생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김씨는 77년 출소한뒤 교도소 동기들을 찾아 재범을 모의하다 송씨를 알게 됐다.
교도소 동기가 송씨를 찾아보라고 권유했던 것이다.
송씨는 그에게 자전거 한대와 쌀 한가마니를 사 주고 「곤로」 수리일을 알선했지만 급성맹장염에다 지병인 방광염까지 겹쳐 사경을 헤매게 되자 병원비 전액을 부담하면서 정성껏 돌보았다.
김씨는 그의 주선으로 쉰을 넘긴 86년 늦장가까지 가서 현재 1남1녀의 가장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금통장 주며 설득
도박·사기전과 4범인 정씨는 81년 순천교도소를 만기출소해 송씨의 배려로 부인과 함께 야채장사를 시작했으나 노점상단속으로 장사밑천까지 날리게 되자 또다시 사기도박에 손을 대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송씨는 노점단속반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하고 정씨에게 손수레 한대와 5만원이 든 자립저금통장을 주며 설득해 노점일을 다시 시작하게 했다.
정씨는 현재 자그마한 식료품점과 하청공장을 운영하며 또다른 전과자들에게 희망을 찾아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송씨가 20년 넘게 「불행한 이웃」들과 몸으로 부대끼면서 한가지 확실하게 체득한 것이 있다면 『쌀 한톨만한 주위의 온정만 있어도 쉽사리 재범의 유혹에 넘어갈 전과자는 그리 많지않다』는 믿음이다.<전주=현석화기자>
◎숭고한 봉사에 영관/제4회 보호선도대상 시상식
중앙일보사·법무부가 공동주최하고 KBS가 후원하는 제4회 보호선도대상 시상식이 2일 오후 2시 호암아트홀에서 이필곤 중앙일보 사장과 김두희 법무부장관,홍두표 KBS사장,박종철 검찰총장,허형구 심사위원장(전 법무장관) 등 관계자·심사위원·수상자 가족 등 9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
시상식은 허 심사위원장의 심사소감 발표,이 사장의 시상,김 장관의 치사,리셉션 등 순서로 진행됐다.
김 장관은 치사에서 『범죄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인간답게 만드는 숭고한 봉사일뿐 아니라 우리사회를 범죄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중요한 과업』이라고 전제,『인간본성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갱생의 가능성을 믿고 따뜻한 애정으로 범법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해온 수상자들은 우리시대의 진정한 선구자』라고 말했다.
시상식에서는 출소자와 비행청소년 교화·선도활동에 헌신해온 갱생보호회 전주지부 갱생보호위원 송익환씨(62)가 대상을 받는 등 16명이 대상·본상·봉사상을 수상했다.<수상자 공적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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