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너무 많은 “장미빛” 청사진/틀 확정된 신경제 5개년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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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입안기간 짧아 부처이견소지 많아/국민모두의 고통분담협조가 열쇠/“구체적 과제·일정명시 실천의지 돋보인다”평가도
2일 최종 확정된 신경제 5개년계획은 김영삼대통령이 재임기간중 추진할 경제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담은 청사진이다.
이때문에 종전의 5개년 계획은 경제흐름에 대한 방향제시에 그쳤던 반면 이번 신경제계획은 경제개혁과 경제시책이라는 2개의 큰 줄기아래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연도별 추진일정까지 마련한 실천계획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들어 92년 현재 19.4%인 조세부담률을 계획기간이 끝나는 97년까지 22∼23%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등 과제별로 구체적인 추진일정이 들어있다. 또 7차계획의 경우 96년 수출과 수입을 각각 1천3백억∼1천4백억원으로 큰폭의 레인지를 둔 반면 신경계획은 수출 1천1백1억달러,수입 1천53억달러라는 확실한 목표를 제시했다.
○“전과는 다르다”
계획입안 실무를 담당한 경제기획원은 『예전에는 대체적인 원칙만 제시,관계부처간 이견이 부닥치거나 기득권층의 반발로 추진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적지않았다』면서 『이번 신경제계획은 과제와 추진일정을 명시,반드시 실천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신경제 계획은 과거 경제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뜯어고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겠다는 혁신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계획이 「국민의 창의와 참여」아래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연평균 6.9%의 고도성장을 이룩,98년에는 1인당 GNP가 1만4천달러에 이르고 경상수지 흑자는 GNP의 0.8% 수준인 5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3%대(연평균 3.7%)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우리경제가 큰폭으로 신장,선진국 경제권의 진입과 함께 남북통일에 대비한 기반조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미빛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변수가 너무 산적해 있다.
○세마리 토끼잡기
무엇보다도 물가안정과 고도성장·국제수지 흑자라는 세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의욕」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많은 돈이 풀려나간 신경제1백일 계획이 사정한파와 어정쩡한 대기업·대근로자 정책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물가불안만 가중시킨 점을 감안할 때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그르친 이같은 전례가 신경제 5개년계획 기긴중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과거의 5개년계획이 1년 반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입안된 반면 이번 신경제계획은 80여일의 짧은 기간으로 의욕에 비해 아직도 관계부처간에 조율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유류관련 특별소비세의 목적세 전환,양특 적자해소를 위한 양곡관리제도 개선,업종전문화,행정규제에 관한 일부 정책들에 대해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 현재로서는 큰 원칙만 합의 했을 뿐 세부적 내용이 어떻게 결말날지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관계부처간 이견 산재로 규제와 자율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경제주체 모두가 신경제계획의 가닥을 잡는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행정규제 완화차원에서 공공요금의 현실화를 계획하고 있으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공산품 및 개인서비스요금의 인상자제를 호소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고통분담에 대한 호소가 얼마만큼,언제까지 설득력을 지닐 것이냐는 점이다.
정부는 신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원리가 아닌 정치·사회적 논리로 모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기업인들에게는 공산품가격 인상을 억제하도록,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요구 자제를,그리고 농민들에게는 지나친 수매량 및 수매가 인상요구를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정책일관성 중요
그러나 세제개혁을 하면서 중산층에 대한 재산세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안오를 경우,도시근로자의 임금은 올랐는데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일 경우 등 고통분담에 대한 설득력이 자칫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때문에 신경제계획이 당초 계획대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과 시행,경제주체들에 자칫 혼란을 줄수 있는 부처이기주의의 극복,정부의 개혁의지를 전폭적으로 따르고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협조가 관건이 되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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