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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각국 무기구입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무기구입 현황을 보면「탈 냉전시대의 냉전」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군비증강에 나서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으며, 이들 국가들이 구입하는 무기들도 전투기·전남·미사일·전자 전투장비 등 실로 다양하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 27기 24대를 이미 인도 받았다.
서방 군사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이외에도 러시아에 수호이 27기 48대와 미그 사 요격기 24대를 추가로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또 러시아의 항공모함 노보로시스크 호와 민스크 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지역의 힘의 공백을 틈타 중국이 이처럼 군비증강을 서두르자 대만과 일본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F-16전투기 1백50대와 잠수함공격용 헬기를 구입할 계획이며, 프랑스와는 미라주 2000전투기 60대 도입도 확정상태다.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전투기 FSX를 개발중인일본도 조기공중 경보기(AWACS)도입을 위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연합(아세안) 국가간의 군비경쟁도 필리핀주둔 미군기지 철수 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2월 구 동독이 보유했던 해군력의 대부분을 사들였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영국으로부터 호크 전투기 24대를 9억 달러에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말레이시아도 영국으로부터 방공 레이다 시스템과 호크 전투기 8대를 24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장기계약한데 이어 러시아와도 미그 29기와 미그 35기 22대를 구입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또한 F-16 11대를 도입키로 했다.
한국도 무기 구입 선을 러시아·독일·프랑스 등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AIM9S 공대 공 미사일 3백기를 구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25일 발표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하는 무기들을 살펴보면 군비경쟁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해군력과 공군력 증강에 주력, 국방정책을 전 방위방어체제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모하메드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적이 말레이시아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외곽에서 분쇄하는 새로운 작전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지역 국가가 선호하는 무기들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점도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영국 제인 호크 200전투기가 좋은 예가 된다.
이 전투기는 적기를 격추시키는 방어작전은 물론이고, 스마트 폭탄을 투하하고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격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인도네시아들이 경쟁적으로 이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군 장비 노후와 아시아국가의 경제적 여력, 힘의 공백이 서로 맞물려 아시아지역에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확보를 노린 무기수출국간 경쟁이 아시아지역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냉전체제 붕괴로 무기시장을 잃은 미국과 러시아가 아시아 지역에서 할인공세까지 펼침에 따라 아시아가 세계 무기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82년 15%에서 91년에는 34%로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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